“내가 왜? 제발 한번만”…출근길 숙취운전 줄줄이 적발

푹자고 나왔는데 면허정지?
곳곳서 불복언쟁·실랑이

이른시간 실효성 있을까는 기우
1시간동안 서울전역 54건 적발

“양주 딱 두 잔 마시고 한 시간 정도 푹 자고 운전했는데 면허 정지라고요? 그럴리가 없는데. 제발 한 번만 더 불면 안될까요?”

“운전대 잡을 때까지만 해도 정신이 멀쩡했는데 음주 단속에 걸리고 나니 마신 술이 갑자기 오르네요. 지금 단속에 걸린 것도 속이 쓰린데 이제 그만 좀 물어보시죠.”

28일 오전 5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선정릉역 사거리 부근. 이곳에서는 밤새 술을 마신 뒤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않고, 완전히 술이 깨지 않은 채 출근길에 올랐거나 귀가하는 ‘숙취 운전자’를 단속하기 위한 불심 음주검문이 실시됐다.

28일 새벽 서울 강남구 선정릉역 사거리 부근에서 경찰들이 ‘숙취 운전자’를 적발하기 위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1시간에 걸친 단속을 통해 총 3명이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현장에 동행한 기자가 새벽 이른시간이라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실효성이 있겠냐며 걱정하자 서울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관은 “생각보다 숙취운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말이 틀린지 한번 두고 보십시오”라고 했다.

지하철 분당선 선정릉역과 2호선 선릉역 사이 왕복 4차로를 막은 채 단속이 시작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의 장담은 현실이 됐다.

불과 1시간 전 해장술로 대치동에서 친구와 소주 1병을 나눠 마신 뒤 자택이 있는 용산구 한남동으로 향하던 중이었다는 A(29) 씨는 경찰의 음주감지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A 씨는 “같은 양의 술을 마시고도 정신이 멀쩡해 취한 친구 대신 운전대를 잡긴 했는데…”라며 조심스럽게 음주측정기를 불었다. A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61%로 측정돼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28일 새벽 서울 강남구 선정릉역 사거리 부근에서 경찰들이 ‘숙취 운전자’를 적발하기 위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1시간에 걸친 단속을 통해 총 3명이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첫 번째 음주운전자 단속 후 경관들의 움직임도 더욱 바빠졌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운전자가 음주감지기에 적발돼 측정을 받았다.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사업 파트너 세 명과 함께 소주 6병과 맥주 12병을 나눠 마신 뒤 술에서 깨어나기 위해 3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는 B(44) 씨는 “전날 밤 술 먹고 운전하면 안되는 줄 몰랐죠. 그래도 자고 일어났으니 괜찮지 않을까요”라며 조심스레 음주측정기를 불었다. 결과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6%가 나왔다. 하지만 B 씨는 운전면허 조회 과정에서 2년 전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지금껏 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으로 입건, 추후 경찰서로 출석해 조사받기로 했다. B 씨는 “지금껏 면허 정지로 알고 있었지 2년전 취소된 지 모르고 있었다”며 “일어나 운전하기 전에 술을 한 잔도 안먹으면 괜찮을 줄 알았다”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자신이 음주 운전에 단속된 사실에 대해 경찰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전 4시 30분께 양주 두 잔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았다는 C(25) 씨는 음주측정 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인 0.062%가 나오자 “이 수치가 나올리가 없다. 부당하다”며 연신 재측정을 요구했고, 결국 측정 수치에 불복해 강남 성모병원으로 채혈을 하러 경찰관들과 함께 이동했다. 현장의 한 경관은 “술김에 음주측정기에 나온 자신의 수치를 부정하며 채혈을 요구하는 음주운전자들이 많은데, 95% 이상이 채혈 시 기존 측정 수치보다 높게 나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단속이 벌어진지 1시간 만에 강남구에서는 총 3명이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편 이날 오전 경찰은 1시간동안 서울 전역에서 불심 음주운전 단속을 벌여 총 54명(면허취소 13명ㆍ면허정지 41명)을 적발했다.

신동윤ㆍ구민정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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