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일의 시승기] 세단에 올라탔는데 SUV 상남자로 돌변…100㎞ 이상 주행시 풍절음 증가 아쉬워 – BMW ‘뉴 그란투리스모’

세단에 올랐는데 마치 SUV를 탔다는 느낌. 2박 3일 동안 BMW의 뉴 그란 투리스모(30d xDrive 럭셔리)를 시승하고 난 뒤 총평이다. 시승 전 무난하게 운전하기 좋은 차일 것이라는 예상은 달리는 중간중간 여지 없이 깨지곤 했다.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는 BMW의 레저용 차량 중 가장 대표적인 모델.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링(Grand touring) 즉, 먼 거리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이 콘셉트다. 딱 겉으로 보기에 뉴 그란 투리스모는 여느 세단과 비슷하다. 스포티한 해치백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모범생 이미지의 정통 세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트에 앉아 주행을 하다보면 복잡한 시내 도로보다 산과 바다로 향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뉴 그란 투리스모를 도심에서만 탄다면 반만 즐기는 것에 그칠 수 있다. 이에 서울 도심 외에도 자유로, 경춘가도, 호명산자락 등 다양한 코스에서 시승을 경험했다.

뉴 그란 투리스모를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스포츠 디스플레이로 설정해서 출력과 토크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운전하는 것이다. 스포츠 디스플레이를 켜니 붉은 색감의 디자인으로 출력과 토크 바늘이 형성됐다. 가속페달을 밟고 뗄 때 마다 이 바늘을 바삐 움직였다. 계기판의 rpm 바늘과 같이 보면 주행 중 엔진 회전수, 출력, 토크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전하는 맛이 배가 된다. 특히 탁트인 한적한 국도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때 이 기능이 제격이다. 여기에 모드를 스포츠를 놓고 달리면 도심의 모범생은 사라지고 마치 상남자의 모습으로 돌변한 것처럼 질주했다. 묵직함은 다소 약해졌지만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뉴 그란 투리스모는 2000rpm 전후에서도 충분한 출력과 토크의 힘을 발휘했다. 순식간에 바늘이 상승할 때도 rpm은 차분히 2000 수준까지만 올라갔다. 시승차의 최대출력은 258마력, 최대토크는 57.1 ㎏ㆍm다.

이와 함께 시트에 앉으면 예상보다 눈높이가 확 올라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승한 뉴 그란 투리스모 의 전고는 1559㎜로 전고가 1464㎜인 BMW 520d보다 거의 100㎜ 더 높다.

이 덕분에 세단을 탔는데도 전면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유리를 통해 보이는 모습에서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졌던 이유다. 여기에 시트 포지션이 세단보다 높아 편리하게 차에 타고 내릴 수 있다.

뒷좌석 시트는 앞쪽으로 73㎜ 슬라이드 되고 등받이는 33도까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 등받이는 40:20:40 비율로 분할되며 시트를 모두 눕히면 최대 1700ℓ의 용량을 채울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열면 뒷자리까지 오픈되는 것도 장점이다.

연비 운전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사용하기 편리했다. 구간 제한속도가 정해져 있는 곳에서는 스티어링 휠 왼편의 버튼만 눌러도 크루즈 기능이 작동돼 원하는 속도로 놓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3㎞ 남짓한 거리를 크루즈로 달리는 동안 연비는 1㎞/ℓ 올라갔다.

또 에코 모드로 설정하고 주행하니 가속페달을 상황에 맞게 파워와 충전이 반복됐다. 공조장치와 시트, 사이드미러 및 히팅에 필요한 전력을 최대한 줄여 더욱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13분 정도 운전하니 4.6㎞ 주행하는데 필요한 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총 250㎞ 이상 주행한 결과 최종 연비는 12.9㎞/ℓ로 기록됐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속 100㎞ 이전으로 주행할 때는 풍절음이 거의 없었지만 조금씩 속도를 올릴 때마다 풍절음이 현격하게 증가했다. 중속 대에서 풍절음이 안 들리다시피 하니 중고속에서 나오는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렸다. 이 밖에 약간의 오버스티어도 경험했다. 직선 코스에 비해 정교함을 요하는 코너링에서는 매력이 다소 떨어졌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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