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문제 中서 유출…한국수험생만 피해

중국서 문제유출 재발 우려
학생들 “9월엔 외국서 시험”

국내에서 지난 11일 ACT(American College Testingㆍ미국 대학입학 시험) 시험이 당일 취소된 것은 중국 수험생들에 의해 시험 문제가 사전 유출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에 중국 내 ACT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만연한 부정행위로 인해 애꿎은 국내 ACT 수험생들과 ACT 교육업계만 피해를 입게 됐다. 한국이 상습 문제유출국이란 의심을 받은 것에 더해, 긴급 시험 취소로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 반드시 점수를 따야하는 학생들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문제 유출로 ACT 6월 시험이 전격 취소되자 수시 전형 등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ACT 관련 학원가 풍경.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28일 학원 업계에 따르면 최근 ACT 본사는 시험 당일이던 지난 11일 돌연 시험이 취소된 이유에 대해 국내 20여개 ACT 테스트 센터에 통보했다.

홍콩 ACT 테스트 센터의 문제가 중국인 수험생들에 의해 사전 유출됐고, 해당 사건의 여파로 중국인 수험생의 신청이 가장 많았던 홍콩과 한국의 시험이 동시에 긴급 취소됐다는 것이다.

국내 한 ACT 테스트 센터의 관계자는 “시험 당일 홍콩 테스트 센터에서 시험을 보려 대기 중이던 중국인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이날 치러질 시험 문제를 미리 보고 있는 모습을 시험 감독관이 발견, 본사에 보고하면서 긴급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며 “한국 역시 중국인 수험생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 ACT 본사에서 홍콩과 함께 취소 안내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ACT는 중국인이 차지하는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 테스트 센터를 전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사전 문제 유출 등 시험 부정이 만연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당 6000여명에 이르는 중국인 수험생들은 홍콩, 한국, 대만 등 주변국으로 넘어와 시험을 치르고 있다.

지난 11일 시험 취소 이유에 대한 ACT 본사의 공식 통보가 있고난 뒤 국내 ACT 교육업계와 수험생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 대학으로 진학을 준비 중인 A(17) 군은 “과거 SAT(Scholastic Aptitude Test) 문제 유출 논란으로 인해 미국 현지 대학 입시를 진행할 때 한국에서 시험 본 SAT 점수는 평이 좋지 않았던 적이 있다”며 “한국 문제 유출 당사국 혐의를 벗어났다는 점 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유학준비 어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솜방망이라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국내 학원들은 지난번 SAT 문제 유출로 인해 많은 학원장 및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은 이후론 문제 유출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칫 문제 유출의 온상으로 오해받아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잘 해결돼 다행”이라고 했다.

다만 여전히 중국발(發) ACT 문제유출 사태로부터 한국은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8일 ACT 본사는 취소된 11일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9월 시험을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달 발생한 중국발 문제유출이 9월 시험에도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일본이나 괌, 필리핀 등 상대적으로 중국인 학생이 적은 나라의 테스트 센터에 등록하는 한국인 수험생들도 속출하고 있다.

다른 유학전문 학원 관계자는 “9월과 10월 두 번의 기회 밖에 남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중국인 수험생들의 영향이 큰 한국 대신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외국으로 나가 시험을 보겠다는 사람이 상당수”라며 “추가 비용에다 낯선 환경에서 큰 시험을 치르게 됐다는 것은 학생들에게는 큰 피해”라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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