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국계 자금에 대한 낙관론은 금물

영국계 자금이탈에 대한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계 자금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24일 500억원 가량 유출됐지만 27일엔 오히려 500억원 가량 유입됐다. 이를 근거로 대량 유출 사태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주요 금융기관 런던지점의 리포트도 “대형 기관들 가운데 해외에 나간 자금을 환수하려는 곳은 아직 별로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게 적지않다.

시기상조다. 이제 며칠됐다고 이같은 낙관론이 나오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영국계 자금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영국계 자금은 핫머니적 성격이 강하다. 재빠르기로 유명하다. 오늘날 금융제국 영국의 원동력은 남들보다 먼저 들어가고 일찍 빠져나오는 능력이다. 그 능력을 보고 세계의 돈은 런던으로 몰려든다. 영국의 해외 금융자산이 GDP의 서너배가 되는 이유다. 그렇게 모인 돈은 다시 해외로 투자된다. 10년전 베트남이나 그 이후 중국에서도 투자의 바람을 일으킨 건 영국계 자금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린 많은 경험을 했다. 우리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건 영국계 자금이었다.

가깝게는 2012년 그리스 사태로 유럽재정 위기설이 세계를 휩쓸 당시 한국증시를 빠져나간 유럽계자금의 절반은 영국계였다. 3월에 5000억원을 순매수하며 공격적으로 투자하다 5월들어 불과 2주만에 그 두배인 1조원을 팔아치운 게 그들이다. 2013년 한국 지점을 폐쇄하고 가장 먼저 떠난 해외 투자은행(IB)은 영국계인 바클레이즈캐피털, RBS(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였다.

우리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알려진 것 이상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영국계 자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36조5000억 원으로 시가총액의 2.5% 가량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는 영국령이다. 속성이 똑같으니 영국계로 봐야한다. 그걸 합치면 영국계 자금은 거의 두배인 70조원이 넘는다. 여기에다 국내 은행, 기업 등에 대한 영국계 금융기관의 대출이 70조원 수준이다. 보증까지 합치면 100조원에 육박한다.

낙관론자들은 다른 신흥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 높은 우리나라 주식을 먼저 내다 팔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영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를 겪는 중이다. 수익보다 생존을 걱정해야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영국계 자금 동향에 대한 주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낙관론을 펼칠 때가 아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