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포에버21 위기 어디서 비롯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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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 21은 유행에 굶주려 있으면서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여성들을 겨냥,의류와 액세서리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틈새시장 공략해 성공했다. 싸면서도 다양한 옷을 주기적으로 선보인 것도 성장의 비결이었다. 하지만 대중의 취향이 변하는 동안 포에버 21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포에버 21과 유사한 정책을 구사하는 업체도 많이 나왔지만 그것보다는 싼 가격의 옷을 선호하면서도 대형 체인점에서 파는 똑같은 옷이 아닌 개인의 멋을 살릴 수 있는 독특한 옷을 사려는 10대, 20대 여성이 크게 늘었다. 반면 포에버 21은 싸지만 단체로 찍어낸 듯한 이미지가 강했다. 과거처럼 다양한 제품을 빨리 선보이는 것도 실패하고 있다. 21레드라는 신규 저가 브랜드를 론칭하고 9만~10만 스퀘어피트 이상의 대형 매장 크기를 줄이고 스코틀랜드 등 해외 매장과미국내 일부 지역의 매장을 정리하는 등 다양한 수익 구조 개선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늦은 감이 있다.

●납품업체의 자발적 거래 중단

포에버 21에 대한 악평 중 하나가 바로 “말 잘 듣는 공급 업체만 끌고 간다”는 것이었다. 그간 공급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포에버 21의 이상한 공급 규정을 맞춰왔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이번 EZ와 같이 자발적으로 공급을 끊은 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포에버 21은 지속적인 공급가 인하 요구와 환불 규정 그리고 결제 지연으로 악명 높다. 또 경쟁 업체에 비해 핵심 공급 업체관리나 내부 직원 및 관련 기업 관계자 처우에서도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자발적으로 포에버21과의 관계를 끊는 업체들이 늘기 시작했다.

한 업주는 “유니클로는 핵심 공급 업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고 H&M은 동남아시아 지역 공급 업체들에게 적정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면 포에버21은 여전히 공급 업체들에게 지속적인 단가 인하와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산신청 거부 소문도

공급업체 이탈과 매출 감소가 계속되던 지난해 8월, 자바시장에는 포에버21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가 기각됐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평소 소문과 언론 플레이에 눈하나 꿈쩍 않던 포에버 21도 이번만큼은 이례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포에버21 측은 발신 책임자의 이름이나 직함 없이 대 언론담당 이메일 주소만으로 발송한 이메일에서 “포에버21의 재정 안정성에 관한 루머가 나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라며 “그 같은 소문들은 완전히 잘못된 것(they are absolutely false)임을 확인한다. 포에버21은 파산 보호 신청을 하지 않았고, 신청했던 적도 없다”라고 확실하게 밝혔다. 이어 “우리는 글로벌 확장과 새로운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15%까지 매출이 증가, 재정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올해에만 150개의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겨우 파산신청 거부 소문을 잠재울 즈음 1억5000만 달러의 융자 신청 보도가 터져나왔다. 이전까지 돈빌릴 없던 포에버 21이 인벤토리 원가의 65%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인벤토리 랜딩을 신청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사임했다. 또 장도원 회장이 최근 팩터링업체와 은행 관계자와 만난 사실이 알려졌다. 장 회장은 이자리에서 환차손으로 인한 손실이 있지만 계속 수익을 내고 있다며 벤더들의 AR(외상매출채권) 보증을 당부했다고 한다.이는 곧 포에버 21의 대금결제 여력이 많이 악화됐음을 나타낸다.

위기속 자산도 급감

포에버 21의 위기는 창업주인 장도원·장진숙 부부의 재산 감소만 봐도 확연하다. 경제전문 주간지 ‘LA비즈니스저널’(LBJ)이 지난 5월 발표했던 ‘LA 부호 톱 50′에 따르면 장 회장 부부는 47억6000만달러의 재산으로 LA카운티부호 톱 10에 포함됐다. 지난해 68억8000달러에서 무려 21억2000만달러(31%)나 줄어든 것이다. 자금유통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장도원 장진숙 부부의 자산 상당부분이 포에버 21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내부 직원 평가도 최악

한편 포에버 21의 문제는 수익에서 그치지 않는다. 직원 만족도 역시 문제다. 최근 경제 전문지 24/7이 익명 리뷰에 기반한 직장, 상사 그리고 연봉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와 함께 미국 직장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포에버 21은 평점 2.5(5점 만점)으로 미국내 모든 기업 중 ‘최악의 직장’에 뽑혔다. 설문 응답자들을 부족한 베네핏(오버타임 포함)과,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불공평한 규정, 그리고 직장내 강압적 문화 등을 최저 평점의 이유로 꼽았다. 지난 2012년에는 포에버 21에서 일했던 5명의 직원이 포에버 21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 기업 인사 담당자는 “외부 평가가 아무리 박해도 직원 만족도가 높고 단합이 잘 되면 그 기업은 희망이 있다”며 “하지만 직원이 직장에 대한 애정이 없고 비전을 보지 못한다면 추락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고 지적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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