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데이터] 홍기택 AIIB 부총재 휴직 ‘파문’…대우조선 부실책임, 중도사퇴 기류…국가 이미지 훼손까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현 정권의 핵심실세들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지휘했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던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휴직해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홍 부총재의 휴직은 대우조선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홍 부총재가 산업은행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우조선 재무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직무태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에 홍 부총재가 사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며, 한국이 37억달러(약 4조34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얻은 AIIB 부총재 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AIIB 부총재 재임 4개월만에 이런 파문이 터저 국가 이미지에도 큰 흠집을 내게 됐다.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였던 홍 부총재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참여해 경제정책 조언을 하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박근혜정부 출범에 깊숙히 간여했으며, 같은해 4월 산업은행 회장으로 전격 발탁돼 올 2월까지 3년 가까이 재임했다. 이 기간 대우조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이 이뤄졌다. 이어 올 2월 AIIB가 출범할 때 한국 몫의 부총재 자리에 그가 리스크 담당 부총재(CRO)로 임명됐다.

하지만 대우조선 부실 문제가 터진 이달 초 베이징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권 실세들이 대우조선 지원을 주도했다고 밝혀 논란을 야기했다. 홍 부총재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우조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4조2000억원 자금지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고, 당시 산업은행은 들러리였으며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정했다’고 폭로했다. 이 폭로 이후 당사자들이 격분했으며, 홍 부총재는 인터뷰 내용을 부인하는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에 대한 검찰수사와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결과로 코너에 몰리자 휴직계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AIIB 부총재 자리는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사업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직책이다. 때문에 회원국들이 부총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한국도 AIIB 출범 이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AIIB는 분담금 액수에 따라 5명의 부총재를 두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과 인도ㆍ러시아ㆍ독일에 이은 다섯번째 분담국가로 부총재 자리를 차지했다.

AIIB는 출범한지 6개월도 안돼 투자사업 선정과 평가 등 초기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부총재 자리를 장기간 비워둘 수 없는 상태다. 홍 부총재의 휴직은 사퇴수순으로 갈 공산이 크며, 이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홍 부총재가 사임할 경우 국익을 위해 한국인이 부총재직을 재수임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지만, 원하는대로 될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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