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뭣이 중한지도 모르는 외교당국

“중국의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보고서가 성실한 이행 여부의 평가 기준이 될 것”(4월 5일.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

“(제재 이행)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국이 많은 언급과 조치가 있었다. 이행보고서를 아직 내지는 않았다”(6월 24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발언의 교집합은, 중국 그리고 이행보고서(Implementation Report)다. 중국은 이행보고서를 지난 20일 제출했다. 윤 장관의 당시 발언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나왔다. 중요한 것(중국의 이행보고서 제출)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나 중요한 사실(제출 여부)은 파악하지 못해 나흘이나 지나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외교부는 전날 중국의 이행보고서 제출을 확인했다.

이행보고서는 각국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에 대한 이행 현황, 앞으로의 계획 등을 담은 것으로, 결의 채택 이후 9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2013년 채택된 결의(2094호)에 대한 이행보고서의 제출 기한을 지킨 나라는 전체 회원국의 4%인 8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시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당시 미국조차 4개월 ‘지각 제출’을 했다.

중국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면적이고 완전한 결의 이행’을 공언하는 동시에 ‘제재가 목적이 돼선 안된다’며 교묘한 줄타기를 해오고 있다. 이행보고서의 내용 못지 않게 얼마나 빨리 제출했는지를 통해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 김 대사의 발언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은 앞서 2094호와 관련된 이행보고서를 7개월이나 지나서 제출했다. 이번에는 4개월이 되기 전에 제출했다. 전에 비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 같은 중요 사실은 현 상황을 파악하고 평가하기 위한 기본정보인데다 앞으로 외교 전략을 세우는데 필수적이다.

더군다나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26일부터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 1, 2인자인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연달아 만났다. 대북제재 공조는 주요 핵심 의제였다. 황 총리도 중국의 이행보고서 제출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자리에서 황 총리가 이행보고서 제출을 촉구했다면 리커창 총리는 뭐라고 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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