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보육·유치원 갈등…풀뿌리 교육이 흔들린다

사립유치원 내일 집단휴원
당국은 “명백한 불법 엄정대처”

사립 유치원들의 30일 집단휴원과 거리 집회를 예고한 것은 정부의 재정 지원 형평성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어찌됐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에겐 또다시 ‘폭탄’이 투하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따르면 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지원하는 유치원 지원예산은 2014년 기준 국공립(1조7000억원)과 사립(1조9000억원)을 합해 약 3조6000억원이다. 이를 원생 수로 나누면 국ㆍ공립에는 원아 1인당 월 98만원이, 사립에는 월 31만원이 지원된다.

교육부가 국ㆍ공립유치원 원아에게 매달 1인당 98만원씩 지원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유아학비, 방과후과정비, 교원처우개선비 등을 합쳐 평균 31만원 정도만 지원하고 있다는 것. 또 현재 22만원인 누리과정 지원비도 지난 2012년부터 매년 2만원씩 인상해달라고 했지만 단 한번도 인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집에 이어 사립 유치원까지 집단 휴원에 나서면서, 맞벌이 부부 등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학부모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29일 한 학부모와 아이가 서울 마포구의 한 사립유치원에 등원하고 있는 가운데 유치원 한쪽 벽에는 30일 열리는 전국유치원학부모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최성균 한유총 홍보국장은 “국ㆍ공립과 사립유치원의 정부 지원이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학부모 입장에서도 국ㆍ공립의 경우 거의 무료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데 반해 사립은 평균 22만원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매년 국ㆍ공립 유치원 신설에 투입되는 4000억원의 예산을 저출산으로 운영난을 겪는 사립유치원에 지원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사립유치원의 평균 충원율은 60%이다. 저출산으로 원아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국ㆍ공립 유치원이 매년 늘어나면서 사립 유치원들은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한유총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한유총의 국공립 1인당 지원액 산출방식에 문제가 있으며 어떤 이유로든 유아들의 교육 침해가 발생하는 유치원 집단휴원은 불법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한유총이 산출한 국공립 유치원 1인당 지원액에는 국가와 지방자치체가 부담하는 시설비, 인건비, 운영비를 모두 포함된 액수”라며 “실제로 국공립 유치원 원아 1인당 지원액은 약 60만원”이라고 했다. 과다 계상된 인건비(1000억원)나 국공립 유치원 신설 예산(4000억원) 등을 포함해 원아 1인당 지원액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휴업 참가 유치원을 파악해 정원감축ㆍ모집중지 등 행정 제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남도교육청 등 일부 시ㆍ도교육청은 이번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유치원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집단행동 저지를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사립 유치원의 집단 휴업은 유아교육법을 위배한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를 강행할 경우 법령에 의거해 엄정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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