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평행선] 한·일 위안부 합의 6개월…내부갈등만 깊어졌다

정부 “日 10억엔은 배상금 성격”
화해와치유재단 통해 피해 지원
정대협 등 “日정부에 준 면죄부”
민간 모금 정의기억재단 설립

지난해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정부간의 위안부 합의가 지난 28일로 만 6개월을 맞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물론 공식적인 사과와 이에 따른 배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정서까지 아우르지 못하며 외면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피해자 지원 단체에서 정부 지원금을 거부한 데 이어 정부 역시 해당 단체에 대한 지원 사업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지며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는 상황이다.

29일 정부 부처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양측이 가장 대립각을 세우는 부분은 바로 일본 정부가 내놓은 ‘10억엔(약 114억원원)’의 성격 규정과 이를 바탕으로 설립된 정부 주도의 위안부 지원재단을 둘러싼 갈등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합의 당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을 목적으로 한국 정부가 설립할 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일본군위안부 기억의터 조성추진위원회(기억터조성위)가 29일 오전 남산 통감관저터에서 일본군위안부 기억의 터 기공식을 개최하기 전,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기억터조성위는 일분군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여성계, 학계, 문화계, 정계, 독립운동가유족회 등이 결성했다. 이들은 위안부 기억의 터 범국민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개인, 단체 등 1만9500여명이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기억의 터는 이완용과 데라우찌 통감이 한일강제합병조약을 체결한 식민시대의 시작지 남산 통감관저터에 조성된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정부는 이를 ‘배상금’으로 보고 합의 이행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첫 회의를 열고 ‘화해와 치유재단(가칭)’이란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록 상반기 중 설립이란 1차 목표는 달성치 못했지만 7월 중순께 공식 설립을 목표로 서두르지 않으며 구체적인 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일본 측이 약속한 10억엔을 수령하는 문제는 외교부를 통해 시기와 통로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김태현 재단설립준비위원장은 재단 설립 이전까지 만남을 거절하는 위안부 피해자들까지 한분씩 만나 의견을 청취하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피해자 할머니들의 틀어진 마음을 되돌리는데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수십년간 요구한 피해자 측에선 10억엔이 일본 정부에게 주는 면죄부로 보이기 때문이란게 정대협의 설명이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정대협 등 시민단체들은 자체적인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과 추모 공원 건립 등으로 맞서고 있다.정대협 등은 시민들과 사회단체로부터 나온 성금 10억원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을 자체적으로 설립했다. 또 29일에는 광복절 개장을 목표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원인 ‘기억의 터’ 기공식을 열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 6개월인 28일에는 각계 대표들이 청와대 앞에서 12ㆍ28 합의 및 이를 바탕으로 설립되는 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개최하는 등 각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각종 ‘지원금’ 문제에서 양측의 반응을 보면 이미 감정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대협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활 공간인 쉼터 운영비로 1500만원씩 1년에 두 차례 받던 돈까지 거절했다. 일본과의 부당한 합의를 한 정부 도움을 완전히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 예산을 돌연 줄줄이 삭감하고 나섰다.

정대협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단에 피해 단체 자격으로 참여할 의사도 없고 지금까지 정부의 접촉도 전혀 없었다”며 “정부는 법적인 배상금도 아닌 돈으로 피해자들을 회유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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