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경찰관 여고생 성관계 사건]경찰청 감사관실, 경찰청장에게 인지 사실 보고 안해

- 곳곳에서 무너진 경찰의 보고ㆍ감찰 체계
- 경찰서장, 부산경찰청 보고 누락에 이어 본청서도 사건 은폐 확인
- 더민주 “강 청장 공개 사과하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경찰청은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자신이 선도하고 있던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사건을 감찰 라인에서 확인하고도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조직의 비위를 감시해야 할 감찰 라인이 은폐의 주체가 된 셈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성재 감찰담당관이 이번 사건을 25일에야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학교전담경찰관 2명의 부적절한 처신이 SNS에 게재되기 전까지 강 청장은 이번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해명을 부연한 것. 


24일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자 이 담당관은 이튿날 강 청장에게 사실 관계를 보고했으나 이때에도 감사관실이 경찰청 감사관실이연제경찰서 정모(31) 경장이 담당하던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했다는 점은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청 감사관실에서는 이미 지난 1일 정 경장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이유로 사표를 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부산경찰청에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경찰청 감찰계는 이에 관련 사실을 보고하며 “해당 SPO가 부담감을 느껴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고 회신했다.

부산 연제경찰서 SPO인 정모 경장은 지난 달 7일 청소년보호기관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조사를 받았고 이를 담당 계장과 과장에게 보고했다. 김성식 연제경찰서장은 이 사실을 이틀뒤인 9일 보고받았다. 그러나 김 성장은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고 부산경찰청에는 개인 신상으로 사표를 낸 것으로 거짓 보고를 했다.

이 담당관은 휴가에서 돌아온 지난 5일 이 사실을 담당 계장으로부터 구두로 보고 받았으나 이미 정 씨의 사표가 수리된지 2주가 지나 이미 민간인 신분인 점, 피해자가 강제성이 없으니 더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부산경찰청의 회신 내용을 감안해 이를 강 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하경찰서 SPO인 김모(31) 경장의 경우 지난 8일 피해 여고생이 자살을 시도하자 학교측에서 사건 내용을 김 씨의 소속 부서 계장에게 통보했고 보고 내용은 정진규 사하경찰서장에게도 전해졌다. 그러나 정 서장 등은 모른척 하고 김 경장의 사표를 받는 것으로 사건을 덮었다.

이 담당관은 두 건의 사건을 한꺼번에 보고한 것이라 별개의 사건에 대해 인지 여부를 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 보고하지 않았다는게 경찰청의 해명이다. 경찰청 내 감찰과 감사를 총괄하는 조성은 감사관 역시 해당 내용을 보고받지 못 했다. 사실상 본청 내 보고 체계가 감찰 담당관 개인의 판단에 의해 무력화 된 셈이다. 강 청장은 이 담당관의 보고를 근거로 두 경찰서장에게 지휘책임을 물어 대기발령 명령을 냈다.

뒤늦게 강 청장은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두 SPO의 의원면직 처분을 취소하고 퇴직급여가 지급된 김씨에 대해서는 환수조치를 취하고 아직 지급되지 않은 정씨에 대해서는 급여 지급정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성식 부산경찰청장을 포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조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앞서 부산경찰청은 “이번 사건이 SNS에 올라오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거짓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에서 경찰 조직의 보고와 감찰 시스템에 헛점이 드러난 만큼 강 청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성관계 경위가 밝혀지는 대로 두 경찰관에 대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등 상응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인 두 여고생 모두 만 13세를 넘어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졌을 경우 의제 강간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내사 중인 해당 경찰관들이 강제성과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 중이며 관련 참고인 조사를 통해서 강제성이나 대가성이 확인되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여고생들을 선도하고 있는 학교전담경찰관의 지위를 이용했을 경우 위력에 의한 강제성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기발령을 받은 두 경찰서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허위 보고에 대한 추가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유송화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경찰청이 정보를 입수했고 사실확인까지 하고도 ‘피해자가 고소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그때 알려달라’며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살까지 생각했던 피해자 여고생이 고소할 때까지 기다리려 한 것이냐”며 “강신명 경찰청장은 사건 은폐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까지 처벌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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