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폭탄 ‘디젤게이트’] 美선 18조원, 한국선 0원…뻔뻔한 폴크스바겐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미국에선 18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약속했지만, 한국에선 일언반구도 없다.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를 조작한 ‘디젤게이트’의 주인공인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폴크스바겐의 두 얼굴이다.

폴크스바겐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 연방거래위원회 등과 153억달러, 우리 돈 17조9000억원에 달하는 배상방안에 합의했다. 미국 자동차업계에서 있었던 배상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014년 토요타가 미국에서 급발진 사고 수사를 종결하며 합의한 12억달러의 10배가 넘는 막대한 배상이다.

이번 배상안 합의에 따라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구매한 미국 소비자 47만5000여명은 최고 1만달러 씩을 배상받게 됐다.


미국에서 폴크스바겐의 적극적인 대처는 우리나라에서의 행태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폴크스바겐은 환경부의 리콜계획서 제출 명령에 리콜 대상차량의 배출가스 배출량을 임의조작했다는 조항을 명시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세 차례나 리콜계획을 승인받지 못했다. 국내 소비자들에 배상은커녕 리콜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문제가 된 국내 판매 모델이 임의설정(배출가스조작) 금지 법규가 시행된 2012년 1월 이전 정부 인증을 받은데다가 미국이 국내보다 기준치가 6배 정도 더 높을 정도로 더욱 엄격한 부분이 있다”며 “미국에서 어떤 규정에 의해 보상 합의안이 나오게됐는지, 독일 본사에서 자료를 받은 뒤 국내 고객들에게 설명할 것”이라며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로선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배상계획은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지난해 ‘디젤게이트’가 터지고 난 이후 궁지에 몰린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 내놓은 것은 리콜, 배상안이 아닌 파격적인 판매 프로모션 계획이었다.

지난해 말 판매부진을 겪던 폭스바겐코리아는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최고 72만원의 현금할인 판매 계획을 내놨다.

이같은 긴급처방은 효과를 거뒀다. 지난 10월 폭스바겐 판매량은 전월대비 60%가 넘는 판매 하락을 기록했다. 하지만 파격할인 발표이후 판매량은 다시 예년수준을 회복했다.

배기가스 조작 차량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보다는 일단 차만 많이 팔고 보자는 생각이 먹힌 셈이다.

이같은 폴크스바겐의 배짱은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폴크스바겐의 국내 리콜ㆍ보상 계획이 지지부진한데 분노한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을 통해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막대한 배상 합의를 도화선으로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본사가 리콜이건 보상이건 미국에서 어떻게 하고, 한국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이라는 로드맵만 알려줘도 좋을텐데 이게 없으니까 소비자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폴크스바겐이 한국시장에서 배짱을 부리는 이유를 소비자 보호에 허술한 국내 자동차 관련 규정 탓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외국 기업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령으로 규제할 수 없으면 소비자ㆍ시민단체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며 “불매운동 같은 강경대처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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