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폭탄 ‘디젤게이트’] 허술한 정부가 한국선 그래도 된다는 오만함 키워

[헤럴드경제=유재훈ㆍ정태일 기자] 폴크스바겐 그룹이 미국에서 18조원 가까이 되는 막대한 배상금을 물기로 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 단 한 푼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 그동안 허술하게 대응했던 정부 정책 탓이라는 학계 지적이 제기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폴크스바겐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련 징벌 규정들이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났다”며 “그동안 정부에서 자동차 관련 징벌 및 보상 규정에 대해 한국 시장 상황에 맞는 제도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손놓고 당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국내에서 보상이나 배상커녕 리콜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폴크스바겐 그룹이 미국에서 디젤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은 뒤 전 세계적으로 조작을 인정했음에도 우리 환경부는 리콜계획서에 조작을 시인하게 하는 데 실패했다”며 “리콜계획서로 핑퐁게임만 하고 있으니 리콜에 대해서조차도 마땅히 규제할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세 번이나 리콜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디젤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하는 ‘임의설정’ 문구를 넣지 않았다. 이를 이유로 환경부는 리콜계획서를 세 차례 모두 반려했고, 9개월이 지난 지금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리콜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는 데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

김 교수는 또 “환경부가 리콜을 안 받으면 운행을 정지시키겠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피해를 소비자에게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주장했다. 리콜이 제조사 잘못으로 정신적ㆍ시간적 손해, 중고차 잔존가치 하락 등의 피해를 입는 소비자를 구제하기 위한 것인데, 소비자들만 부담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환경부가 운행중지를 시킬 것이 아니라 제조사들 리콜 이행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리콜 발표하면 1년6개월 기점으로 분기별로 몇%씩 올려라 명령하고 안 올리면 벌칙조항을 만들어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적극 수리ㆍ보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미국 보상안이 한-EU 무역분쟁으로 불거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기업행위를 하면 당연히 국내법을 따르고, 여기에 위배되면 규제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하지만 배상ㆍ보상 문제로 국내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상대 국가를 자극할 수 있어 외국투자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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