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문화로 폄하된 게임언어, 사전으로 나온다

-엔씨소프트 기획, 이인화 교수 책임 집필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게임은 중요한 한류콘텐츠입니다. 이제 게임용어도 사회가 공인하는 언어로서 존중받아야합니다. 게임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한때 게임용어는 ‘그들만의 언어’였다. 몇년새 분위기는 달라졌다. 게임언어는 10~30대들 일상 곳곳에 파고들었다. 게임이 국내 시장규모 10조원, 이용자수 20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여전히 게임언어가 가진 가치는 폄하받곤 한다. 이는 게임이 대중성과 사업적 가치, 산업적 의미, 예술성 등을 모두 가졌지만 업종특성상 B급 문화로 저평가된 것과 무관치 않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임사전이 국내 최초로 나왔다. 게임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와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한 사전이다. 사전 집필을 맡은 이는 이인화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다.


이 교수는 “게이머가 2000만 명에 이르지만 게임용어는 비속어로 여겨질 뿐 제대로된 언어 지위를 아직 갖지 못했다”면서 “게임 사전을 편찬하는 일은 ‘지식’의 자격을 부여하는 위계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사전 편찬은 문화와 사회, 산업의 관점에서 게임을 들여다보고 학술적 가치를 발굴하는 작업이란 얘기다.

집필작업은 이 교수와 한혜원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를 비롯한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 연구진 62명이 1년6개월동안 매달렸다. 감수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맡았다.

게임사전에는 게임 개발과 플레이, 게임 문화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추려 낸 표제어 2188개가 담겨 있다. 게이머가 자주 쓰는 단어는 커뮤니티 게시판, 정보 등을 정리했다. 지난 5년간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아이템’이다. 사전에는 이를 8페이지에 걸쳐 다뤘다. ‘버스’, ‘던전’, ‘롤백’, ‘몹’, ‘어그로’, ‘캐리’, ‘물약’ 등 단어도 많이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표제어 선정에는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함께 참여했다. 작년 6월 26일부터 7월 12일까지 17일간 진행된 표제어 자유 공모에는 총 1181명, 8839건 단어가 제출됐다.

‘스트리트 파이터’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등 시대별 대표 게임도 선정해 수록했다. 게임 장르의 원형이 되거나 지금의 게임 문화를 형성한 주요 작품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교수는 “게임사전에는 10~20년 지켜보면서 작품성을 갖춘 게임들만 엄선해서 등재했다”면서 “게임 개발, 게이밍, 게임 문화를 포괄하는 것은 아마 최초”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국립국어원 등과 ‘게임사전’을 널리 확산할 수 있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도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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