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왜 이 지경까지… ①] 비리ㆍ비위 ‘쉬쉬’…경찰조직 망치는 ‘침묵의 코드’

-학교경찰관 여고생 성관계 사건에서 보듯이

-일선 경찰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문화 여전

-계급 중심 상명하복 문화 부담감도 한 배경

-성과주의 평가, 인사적체도 윗선 눈치보기로

[헤럴드경제=원호연ㆍ유오상ㆍ구민정 기자] 부산 지역의 학교전담경찰관(SPO) 2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을 경찰서장과 부산경찰청, 경찰청이 차례로 숨기고 넘어가려 한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경찰을 향하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경찰 안팎에서는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는 잘못된 관행이 비단 이번 사건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지휘부의 입만 바라보게 하는 계급 구조와 간부층의 엘리트 의식, 성과주의가 ‘침묵의 코드’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부산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은 비위나 흠결을 덮어놓고 ‘쉬쉬’하려는 경찰 조직의 치부를 드러냈다. 상명하복 문화와 성과주의 경쟁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미근동에 위치한 경찰청 청사.

더불어민주당이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할 만큼 이번 SPO 사건의 파장은 컸다. 특히 경찰서장들이 이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알고도 제대로 징계절차를 밟지 않은 채 사표를 수리했고 부산경찰청과 경찰청의 감찰라인이 이를 인지하고도 SNS를 통해 불거지기 전까지 최고책임자인 강 청장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은폐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자정능력이 와해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잘못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치부를 다 드러낼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정보 계통에서 일하는 한 경위는 “이번 사건으로 평이 좋은 이성식 부산경찰청장이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며 “같은 식구끼리 감싸줄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이 경위는 “경찰도 몸을 좀 더 쓸 뿐이지 같은 일처리를 반복하다 보면 일반 공무원처럼 일을 관행적으로 처리하게 되고 편한 방법을 찾다보면 규정을 어기기도 한다”며 “옆사람 잘못은 귀찮아서 그러려니 하게 되는데 다들 이러다 보면 경찰 조직이 망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팀장급의 한 경위도 “나도 초임 시절에는 조직 내에 부조리한 게 많다고 느꼈지만 사람 사는 게 똑같은데 어떻게 팔이 밖으로 굽을 수 있겠냐”며 “문제가 생길 때 덮고 가는 문화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같은 계급 중심의 조직은 비위 같이 부담이 되는 내용은 윗선에 보고하는 것에 대해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낀다”며 “가급적 확실하게 밖으로 불거지기 전까지는 숨기려는 ‘침묵의 코드’가 조직 하위 문화에 깔려있다”고 했다. 징계를 하려면 밖으로 알려지게 되니 사표 정도로 해결하자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는 것.

경찰 조직 내에 침묵의 카르텔이 조성된 것은 성과주의적 인사 평가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은 “문제가 발생한 경찰서는 전체가 평점이 깎이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운명 공동체가 돼 서로를 감싸게 됐다”며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조직문화에 몰입하다 보니 시야가 짧아지고 성범죄 등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채 전 서장은 2009년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의 성과주의 관리 방침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던 인물이다.

중간 관리층이 많은 항아리형 계급 구조도 ‘상관 눈치보기’를 부채질한다. 2015년 7월 기준 경위는 4만6174명으로 정원인 1만4155명보다 세배 이상 많았다. 근속승진제에 따라 경사로 근무한지 8년이 지나 자동으로 경위로 승진할 경우 계급 정원에서 제외하는 규정 때문이다. 반면 경감은 7868명에 불과하다. 대략 같은 계급인 경위 6명은 제쳐야 경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셈.

일선 경찰서의 한 강력계장은 “경위가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이후에는 경감부터는 인사적체가 시작되니 인사권을 가진 윗선 눈치를 안볼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침묵의 코드’를 깨기 위해서는 매뉴얼의 세분화와 외부에서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명확한 규정이 없으면 업무 담당자가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우면 상급자의 의견에 기대게 된다”며 “매뉴얼이나 제도에 어떤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고토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내에서 비리를 고발하는 공익 제보자가 나오더라도 왕따가 되기 때문에 옷을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청문감사관 대신 민간인소청심사위원회를 도입해 민간 전문가에게 메스를 맡겨야 할 때가 됐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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