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한액 조정 없다’는 정부, 그러나 ‘못 믿겠다’는 시장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지원금 상한선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업주들 입장에선 이제 숨통이 조금 트이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게 무너지면서 혼란스럽고 반발도 심한 상황이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

휴대전화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단말 지원금 상한제 폐지안이 3주 만에 ‘없던 일’로 됐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2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현재로선 시장이 안정화 돼있기 때문에 지원금 상한제에 대해 별도의 조정이 필요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3년 일몰법이기 때문에 그전까진 현행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앞으로도 논의 계획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진 못하겠다”며 개정 여지를 남겼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도 “현재로선 지원금을 대폭 상향한다거나 폐지하는 건 방통위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지원금 상향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휴대전화 판매점들이 밀집한 서울 구로구의 신도림테크노마트

시장은 또 다시 혼란에 빠졌고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시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은 지원금 상한선에 대한 정부 입장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며 혼란스러워진 시장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폐지를 안 한다고 하지만 국회에서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 가을에 출시될 아이폰7을 구매할 생각인 30대 소비자는 “지원금 상한선이 폐지되면 좀 싸게 살 수 있나 생각하고 있었는 데 자꾸 말을 뒤짚는 정부를 이젠 정말 믿을 수가 없다”며 “언제 또 다른 입장이 나올 지 모를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기본적으로 방통위는 상한 금액을 고시하는 것이지 폐지 여부를 결정할 주체는 아니다”라며 “여야 의원들이 개정안 발의할 것이기 때문에 국회 결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지원금 폐지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실무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가 ‘논의된 바 없다’고 하더니 결국 ‘현상 유지’로 결론 낸 정부 결정에 대한 실망과 질타도 쏟아졌다.

휴대폰 교체를 미뤘던 소비자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액정 깨진채로 버텼는데 빨리 바꿀 걸 후회된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된다고 보조금이 확 오르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기대감이 있었는데 실망이 크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통신사들의 경쟁이 활성화 될 것이고, 휴대폰 구입 부담이 줄면서 손님들이 모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허탈해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판매점주도 “페이백으로 지급할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영세업체 입장에선 상한선을 폐지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지금보다 지원금 상한선을 올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욱 신도림상우회 회장은 “지원금 상한제가 개정되면 소비자한테도 이익이 되고 저희도 마진을 줄이더라도 판매에 도움이 될 텐데 이렇게 옥죄기만 한다면 시장경제는 점점 더 안좋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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