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에 빠진 방사청, 불평등하지만 변경 못한다?

한국형 전차 양산시험 파행, 논란ㆍ의혹 증폭

[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될 한국형 전차, K-2의 단품 내구도 검사가 부품마다 다른 기준으로 ‘불평등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본지 보도에 방위사업청이 사실상 이를 인정했지만 검사 진행중에 검사기준을 변경할 수는 없다는 모순된 입장을 내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방사청은 최근 입장자료를 통해 “K2전차 엔진과 변속기의 단품 내구도 검사는 양산품 성능ㆍ품질 보증 측면에서 모두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혀 부품마다 ‘동일한’ 기준이 아닌 ‘유사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계약내용과 규격에 따라 실시되는 최초 생산품검사 진행중에 계약 및 규격변경은 불가”하다고 덧붙여 ‘불평등 평가’ 기준을 바로잡는 것은 안된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취했다. 오히려 모든 결함이 아닌 내구도 결함만을 규정한 엔진의 경우가 더 가혹한 기준이라는 어이없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방사청의 모순된 입장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 방산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우리 군 전력 국산화 방침에는 따라가는 모양새지만 해외수입파 등의 끊임없는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1차 양산시 100대의 k2전차에 탑재된 독일제 파워팩의 경우, 아예 단품 내구도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실차 테스트만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방사청의 전력 국산화 의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불평등 기준이 적용된 국산 변속기의 경우, 이미 개발과정에서 9600km를 연속 주행하면서 다양한 조건하에서 변속, 조향, 냉각 기능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최초 국산화 개발인 만큼 극한의 시험조건에서 내구도 시험을 거친 것이다.

개발시험, 운용시험 과정에서 혹독한 규격에 따라 시험을 통과했는데 양산단계에서 사소한 결함까지 전체 변속기의 고장으로 몰아간다면 전혀 다른 변속기를 새로 개발하라는 요구와 다를 바가 없다. 현재의 해석대로라면 지구상의 어떤 변속기라도 내구도 시험을 무한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방사청 한 관계자가 업체를 상대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불평등 평가’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오히려 업체 봐주기로 비쳐질까봐 누구도 나서서 기준을 바꾸고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불평등하게 적용된 규격을 바로잡는 것이 방산비리라고 보는 시각은 없을 것. 오히려 전력 국산화를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국민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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