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의혹 김병원 농협회장 피의자신분 출석

“검찰 조사 잘받고 나오겠다”
역대 민선회장 5명모두
직간접 檢 수사선상 불명예

농협중앙회장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가 김병원(63) 회장을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에 돌입했다. 김 회장의 소환으로 검찰과 역대 민선 농협 회장의 ‘악연’이 어김없이 반복되면서 농협이 지닌 구조적인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57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도착한 김 회장은 ‘문자메시지 발송에 관여했나’, ‘최 후보와 거래를 한 적이 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조사를 잘 받고 나오도록 하겠다”고 짧게 밝히고 조사실이 있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올해 1월 있었던 5대 농협중앙회장 결선투표를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치러졌던 1차 투표 당시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최덕규(66ㆍ구속기소) 후보와 이성희(67) 후보 등 세 명이 맞붙었다. 최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쳐 탈락한 바 있다. 


하지만 탈락한 최 후보가 1차 투표 직후 김 회장의 손을 들어 올리고 함께 투표장을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결선투표 전에는 투표권자인 대의원들에게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중앙선관위는 최 후보 측이 김 회장에 대한 지지 문자 발송과 투표장에서의 지지 유도 행위는 모두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66조의 각종 선거운동 제한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회장의 소환으로 농협은 민선 회장 역대 5명 모두 검찰 수사를 직접 받거나 또는 간접적으로 수사선상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농협은 지난 1988년 중앙회장을 조합장들이 직선제로 뽑기 시작한 이후 1∼3대 민선 회장이 모두 비자금과 뇌물 등으로 구속된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1대 한호선 전 회장과 2대 원철희 전 회장은 각각 비자금 조성 혐의로, 3대 정대근 전 회장은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농협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다시금 커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조합원 235만여명, 자산 400조원, 계열사 31개,임직원 8만80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이끄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여기에 농민들 표심과 밀접한 연관을 맺기 때문에 정치권 입김에서도 항상 자유롭지 않았다. 

양대근ㆍ김현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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