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촉발한 反이민정서 왜?]이민반대, 경제보단 민족주의 산물

英 “이민자들이 일자리 뺏는다”지만
근로자들 되레 전문기술자 이민 선호
포퓰리스트들 ‘민족반감’ 조장이 문제

반(反)이민 정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부상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이민 정서는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세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등 경제적인 문제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이민 정서가 경제 문제보다는 민족주의 등에 더욱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을 비롯 포퓰리스트들은 이민자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을 주장하며 유권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옌스 하인뮐러 스탠포드대학 교수와 다니엘 홉킨스 펜실베니아대학 교수가 과거 100여건에 달하는 이민 관련 연구를 분석한 결과, 경제 문제와 이민자에 대한 정서는 상관관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미국 전역에서 12개 업종 4000여명의 근로자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기 포장업자부터 금융인까지 ‘전문기술을 가진 이민자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만일 이민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면, 자신보다 비슷하거나 더 나은 기술을 가진 이민자는 반대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업종의 근로자들은 오히려 전문기술을 가진 이민자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실시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도 나이든 세대보다 실업률이 훨씬 높은 18~24세 연령대에서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02년 22개 유럽국가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이민자에 대한 생각은 ‘임금이나 세금’보다 ‘사회, 문화, 언어적 문제’가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영국 국민투표에서도 저소득층, 교육수준이 낮은 유권자들이 주로 ‘EU 탈퇴’를 지지했다.

이민자에 대한 반감은 이민자의 숫자와도 관계가 적었다. 문제는 이민자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느냐는 ‘속도’였다.

영국에서 반이민 정서는 2012년 이후 강해졌는데 당시는 이민자 유입이 급증하는 시기였다. 당시 영국 고용시장의 사정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좋았기 때문이다. 십 년전 미국에서도 불법이민자수가 급증할 때 이민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불법이민자가 줄어들면서 이같은 논란이 가라앉았다. 이민자의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호주와 캐나다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호주와 캐나다는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지만, 이민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도 높았다. 외국 태생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호주가 27.6%, 캐나다는 20%에 달한다. 미국은 이보다 낮은 13.1%, 영국은 12.3%다. 현재의 이민자 수준이 유지되거나 증가하기 원한다는 응답은 호주에서 45%, 캐나다에서는 37%였다. 반면 미국은 16%였고, 영국은 -40%로 이민자가 줄어들기를 바란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호주와 캐나다는 이민자라고 무조건 받아주지는 않는다. 호주의 경우 보트를 타고 오는 망명자는 제한하고 있다. 캐나다는 2009년부터 일부다처, 강제 결혼 등 야만적인 문화를 가진 이민자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두나라는 영어를 할 줄 알고, 교육수준이 높거나, 기술이 있는 이민자에게 가산점을 준다.

하인뮬러 교수는 “만일 반이민 정서가 일자리 때문이라면 정책 입안자들은 일자리를 늘리거나, 실직자들에 대한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하지만 민족이 다르다는데서 오는 반감 때문이라면 이민자들이 자국민과 그리 다르지 않고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이와 관련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U로부터 유입되는 이민자 숫자를 제한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포퓰리스트들이 조장하는 분노를 되돌린다면, 국경을 여는 정책이 결국 장기적로 단단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수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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