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비정상… ‘20대는 兩非국회’

선거때 물갈이정신 실종
하루 건너 사퇴·징계소식
김종인·김희옥·박지원체제
혁신 간데없고 경륜만…

‘비리(非理)와 비상(非常)’ 양비(兩非)가 점령한 20대 국회에서 혁신의 기치가 사라졌다. ‘경륜’을 앞세운 40년대생 해방둥이들이 여야 3당의 수장 자리에 앉았다. 지난 4ㆍ13 총선 당시 각 당이 ‘정치 개혁’을 부르짖으며 대대적인 중진 물갈이에 나섰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하루건너 한 번씩 사퇴와 징계 소식이 들리는 ‘양비 국회’의 단면이다.

안철수ㆍ천정배 공동대표의 사퇴로 지도부 공백사태를 맞은 국민의당은 30일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비대위 체제에 돌입했다. 여야 원내교섭단체 3곳이 모두 비대위 체제의 위기상황에 빠졌음을 자인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27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5월 30일에는 새누리당이 각각 비대위를 출범한 바 있다. ‘국민생각’ 대신 ‘계파논리’가 당을 점령한 비정상 탓이다.

국민의당 비대위는 비리탓에 꾸려졌다.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이 구속당하는 등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의혹이 당 차원의 문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해당 문제에 대한 당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부인하지는 않겠다”며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지 않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정상이 아닌 상황에 우리는 처해 있다”고 침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비상이 일상화된 가운데 20대 국회 출범 당시 여야 3당이 외쳤던 혁신과 개혁은 한 구석으로 밀려났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1940년생), 박 비대위원장(1942년생), 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원장(1948년생)이 모두 40년대생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4ㆍ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각 당은 ‘물갈이론’을 앞세워 65세 이상 중진의원을 경선에서 대폭 배제했었다.

당시 표창원 더민주 의원(선거대책위원)은 “어떤 저항이 있어도 공천 ‘물갈이 혁신’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더민주가 (정권 교체 요구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가. 충분히 혁신을 이뤘는가. 구태의연한 제도와 인물,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따가운 비판의 시선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위기국면에서 ‘물갈이 혁신론’ 대신 ‘경륜중심 안정화론’이 대세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에서부터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개헌, 협치, 청렴 추구, 계파 청산 등 혁신 논의가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새누리당 비대위는 탈당파 복당, 당헌ㆍ당규 개정 과정에서 계파 논리에 휘둘리며 ‘무늬만 비대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용태ㆍ정병국 의원 등 ‘4050 기수’의 당 대표 출마 기조가 힘을 받을지 미지수다.

박 비대위원장 역시 “안 전 공동대표가 실질적인 리더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대대적인 구조 개혁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안 공동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내세우며 사퇴함으로써 비대위 체제가 만들어졌지만 사실상 국민의당의 이후 행보는 비리와 비정상의 ‘양비 혁파’보다는 ‘내홍 수습’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슬기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