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버리고 천천히 부드럽게”…빗속에서 빛날 ‘우중 라운드’

톰 왓슨이 전하는 우천 플레이 ‘팁’
수건 등 넉넉히 준비, 그립 수시로 닦고
페어웨이선 한 클럽 더잡고 4분의 3 스윙
벙커샷은 어프로치샷하듯 부드럽게
경기 끝까지 인내심·평정심 유지
골프채등 라운드 후 물기 완전히 제거

마른 장마 뒤 반가운 비 소식이다. 이번 주말부터 전국이 장마권 영향에 든다는 기상청 예보가 내려졌다. 라운드 약속을 잡은 주말골퍼들이라면 못내 아쉬울 법도 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날씨’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5%가 ‘비 오는 날’을 꼽았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우중 라운드도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다. 몇 가지 팁만 잘 숙지하면 ‘라베’(라이프 베스트 스코어)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대치 않았던 스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우중 라운드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부터 챙기는 게 첫번째 미션이다.

주말 골퍼들이 가장 싫어하는 날씨, 장마철이 다가왔다. 우중 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준비물이다. 사진 속 김자영처럼 우산 살에 마른 수건을 끼워놓고 샷을 하기 전 손과 그립의 물기를 닦는 습관을 들이면 플레이에 도움이 된다.

▶준비물 챙기기…마음 다잡기=‘비바람과의 전쟁’ 브리티시오픈에서 무려 5차례나 정상에 오른 ‘디오픈의 사나이’ 톰 왓슨(67·미국)이 우천 플레이에서 중요한 것으로 첫 손에 꼽은 게 ‘준비물’이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왓슨은 “우산 살에 마른 수건을 끼워놓고 수시로 손과 그립을 닦아라” “골프백 바닥에 수건을 깔아놓고 그립에 남은 수분을 제거하라” “방수장갑을 사용하라. 수건과 장갑은 넉넉히 준비하라” 등을 한참 강조한 뒤에야 빗 속에서 샷을 하는 요령을 언급했다. 세계 최고의 투어 프로가 이럴진대 주말골퍼라면 당연히 준비물을 가장 처음 챙겨야 한다. 완벽한 준비는 스코어 뿐만 아니라 안전한 플레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중 라운드는 축축한 느낌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귀찮더라도 매번 샷을 하기 전 수건으로 그립을 닦는 습관을 들이자.

왓슨의 말대로 마른 수건과 장갑은 여러개 준비하는 게 좋다. 장갑은 양피보다는 합성피혁이 덜 미끄러져서 좋다. 양말도 젖을 경우를 대비해 한 두 켤레 더 준비한다. 튼튼한 우산과 레인 재킷은 필수다. 체온을 뺏기지 않도록 방수 모자를 쓰고 핫팩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두번째 미션은 18홀 동안 “천천히, 부드럽게, 욕심 버리기”를 마음 속으로 되뇌이는 것이다. 우중 골프는 라운드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비가 오면 괜히 마음이 급해져 빨리빨리 치는 경향이 있다. 비 맞는 게 싫어 연습스윙도 안하고 곧바로 샷을 한 뒤 서둘러 카트에 타는 이들도 있다. 스스로 라운드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부드러운 스윙, 공격적인 숏게임=준비물과 마음가짐이 모두 세팅됐으면, 이젠 샷 요령이다. 비가 오면 런이 없어 캐리로 비거리를 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페어웨이에선 한 두 클럽을 길게 잡고 스윙은 4분의3 정도의 크기로만 한다. 또 심리적으로 볼을 더 보내려고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럴수록 최대한 부드럽게 친다는 느낌으로 스윙해야 한다.

톰 왓슨은 “젖은 잔디에선 디봇을 낼 정도로 두껍게 치지 말고 공만 친다는 생각으로 얇게 치는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페어웨이에서 ‘천천히, 부드럽게’ 미션을 완수했다면 그린 근처에 와서는 좀더 공격적인 샷을 해보자. 러닝 어프로치보다는 핀을 직접 보고 볼을 띄워 공략하는 게 좋다. 그린이 젖어 있어서 볼을 쉽게 세울 수 있다.

벙커샷도 전략이 달라진다. 모래가 딱딱해졌기 때문에 평소처럼 모래를 폭발시켜 탈출하는 건 어렵다. 어프로치샷을 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스윙하면 볼이 잘 튀어나온다. 벙커에 물이 고여 있을 경우 벙커는 캐주얼워터(Casual Water)가 돼 구제받을 수 있다. 골프규칙 제25조 1항 b에 의해 볼을 집어 1클럽 이내로 홀에 가깝지 않은 쪽 벙커에 드롭해 볼을 칠 수 있다.

다만 드롭할 곳이 없을 만큼 물이 차 있다면 1벌타를 받고 후방으로 나와 플레이해야 한다. 이제 퍼트다. 비에 젖은 그린은 평소 거리의 70%밖에 구르지 않는다. 비에 젖어서도 그렇지만 그린을 깎지 못해 더 그렇다. 브레이크도 잘 먹질 않게 된다. 홀을 지나가도록 과감하게 스트로크한다.

우중 라운드의 마지막은 18번홀 퍼트가 아니다. 바로 장비 마무리다. 무조건 잘 닦고 말려야 한다. 젖은 골프화는 라커룸에 있는 건조기를 이용하거나 건조기가 없다면 물기를 세심하게 닦은 후 잘 말려준다. 그래야 변형이 생기거나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클럽은 다시 한 번 물기를 잘 닦아내고 녹 방지제 등을 발라서 헤드가 위로 오도록 세워 말린다.

조범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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