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테러, IS-쿠르드 사이 줄타던 터키의 패착?

영토분쟁 두 무장단체 견제하다 실패

41명의 목숨을 앗아간 28일 터키 이스탄불 공항 테러의 배후 세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IS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분리주의 쿠르드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터키 내부에서 빈발하고 있는 테러는 두 세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도하다 실패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터키 당국은 이번 테러의 배후가 IS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수법이 유사하고, IS가 자칭 ‘건국’ 2주년을 맞아 위협이 고조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에프칸 알라 내무장관은 “우선 IS를 지목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IS를 배후로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쿠르드족 정당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들 역시 터키를 향해 꾸준히 테러 위협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PKK는 터키에 분리독립과 자치권을 요구하면서 투쟁해 왔다. 특히 지난해 7월 터키 정부와 맺은 휴전이 깨지면서 양쪽은 테러가 잦아졌다. 2월 앙카라 공군 기지 테러(29명 사망), 3월 앙카라 크즐라이 광장 테러(37명 사망), 지난 7일 이스탄불 테러(11명 사망) 등이 PKK 소행으로 의심된다.

터키와 IS와 PKK는 ‘증오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PKK는 IS와 터키 정부 모두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고, IS 역시 마찬가지다. 둘은 서로 영토를 뺏고 뺏기며 혈전을 치르고 있다.

터키 정부는 두 무장단체 사이에서 ‘이이제이(以以制夷)’ 전법을 써왔다. IS보다 독립을 주장하는 PKK가 더 큰 위협이라 판단한 터키 정부는 처음에는 IS 세력이 커지는 것을 방조해 PKK를 견제하고자 했다. 터키와 시리아 국경을 통해 IS가 병력을 모으고 석유와 무기 등을 밀거래 하는 것을 방치했다는 의혹은 물론 고위층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됐다. IS의 팽창은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붕괴에도 도움이 된다. 터키는 아사드 정권이 무너져야 시리아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PKK와의 휴전이 깨졌던 지난해 7월 터키는 IS와도 첫 교전을 벌였고, IS 격퇴전에 본격 발을 들이면서 양쪽 모두와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제 상황은 터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IS와 PKK 모두 터키로 총부리를 돌리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 터키 곳곳에서 모두 9차례 대규모 폭탄 공격이 이뤄져 267명 이상이 숨졌다.

이런 상황은 중동 정세를 안정화시키려는 미국에게도 딜레마가 되고 있다. 미국은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쿠르드족의 힘을 빌어 IS를 시리아에서 몰아내려고 하는데, 터키는 정반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테러의 배후로 IS를 지목한 이유에 대해, 쿠르드족과의 갈등을 표면화시키지 않고 공격 목표를 IS로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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