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에서 시어링까지…한국 스테이크 변천사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다진 소고기(함박스테이크) 요리는 1970년대 경양식의 대세였고, 레스토랑 무용담 즉 ‘칼질했다’의 대명사였다. 이때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은 소갈비 요리 즉 프라임립(prime rib)을 처음으로 들여와 부유층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다.

프라임립은 두툼한 고기 덩어리를 오랜 시간, 겉은 바싹 익히고 속은 육즙이 살아 있도록 구워내는 것이다. 점차 경양식에서 밀린 함박스테이크는 1990년대엔 수퍼마켓에서 팩을 판매할 정도로 이른바 ‘고급 요리’의 반열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당시 경양식은 비즈니스의 매개체로 다양화의 길을 걷게 되는데, 정통 프레치식을 다소 간소화한 세미 프렌치 메뉴가 자리를 잡는다. 대중화는 니즈(needs)의 다양화를 낳는다. 1988 서울 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등 국제 행사가 잇따랐고, 요리 유학을 갔던 많은 유학생들이 대거 한국에 U턴한 것은 경양식의 다양화를 부채질한다.

6~7년전부터는 우드 화이어 오븐에서 직화로 바로 구워내 식재료 본래의 육즙이 살아있고 참숯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두툼한 채끝 스테이크가 인기를 끌었다. 스테이크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가니쉬(garnish) 즉 곁가지 식재료는 절제하고 소스와 천연 소금을 곁들여 내놓아 취향대로 먹을 수 있게 했다.

올들어 국내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선정하기 위한 암행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급화, 다양화한 미식 트레드를 잡기 위한 경쟁도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푸아그라 등 ‘백 댄서’ 노릇을 하는 식재료가 추가되고, 오븐 종류와 사용 기법이 다양화됐다.

‘푸아그라와 한우 안심’은 프렌치 요리의 대표 식재료인 푸아그라를 곁들이고 한우는 처음에 강한 화력에서 검은색에 가까운 색이 될 때까지 바삭한 크러스트를 만들 정도로 고기 표면을 구워내지만 고기 덩어리 핵심부는 날 것에 가까운 싱싱함이 살아있도록 하는 시어링 기법으로 구워내는 현대식 스테이크이다. 육즙이 도망 갈 틈이 없어지는 것이다.

함박 이후 50년 대한민국 스테이크 발전사 서양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발전했다. 서양이 300년 걸린 것을 우리는 50년만에 해낸 대한민국 근대화의 역사를 닮았다.

29일 대한민국 스테이크 변천사를 공개한 웨스틴 조선은 “조선호텔이 우리나라 스테이크 역사를 선도해왔음은 누구든 인정하는 바이다”라면서 “식재료의 고급화 ,양의 소량화, 메뉴의 다양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오는 7월4일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나갈 양식당 나인스 게이트 그릴이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 태어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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