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왜 이 지경까지… ②] APOㆍSPOㆍ소라넷팀… 일 터질때마다 또다른 전담팀?

-강신명 경찰청장 “음란물전담수사팀 구성 검토”…또 전담경찰관 신설?

-전담경찰관, 전문인력 양성ㆍ추가 충원 없이 현장 치안인력 ‘돌려막기’

-전문가ㆍ현장 경찰관들, 실효성 및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 가지는 상황

[헤럴드경제=원호연ㆍ신동윤ㆍ유오상 기자] 경찰청이 ‘학교전담경찰관(SPO)’과 ‘학대전담경찰관(APO)’에 이어 음란사이트 단속을 위한 일명 ‘소라넷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전담경찰관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전담 조직을 구성할 전문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선 경찰서나 지구대 등에서 인력을 빼내 전담 경찰관으로 충원하는 등 전담 조직 구성을 강행하다보니 현장 경찰관들이 느끼는 업무 부담만 가중된 채 제 기능을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이 생길때마다 경찰이 전담팀 신설 입장을 밝히면서 인력 돌려막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강신명 경찰청장 등이 관련 회의를 하기 전 모습.

30일 경찰에 따르면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라넷’과 같은 음란사이트 단속을 위한 전담팀을 지속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사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인력 충원 방안 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올해 초 ‘원영이 사건’ㆍ‘부천 백골 여중생 사건’ 등 아동학대 관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 4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전담하는 APO를 발족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전담 조직으로 학교폭력문제를 전담하는 SPO와 ‘여성청소년수사팀’을 각각 2012년 2월, 지난해 2월에 발족시켜 운영 중이다.

이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한 전담경찰관 제도를 활용하는 취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해당 전문 인력에 대한 충원 없이 일선 경찰관을 전담팀으로 배치하는 ‘돌려막기’식 운영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시선이다.

실제로 APO의 경우 기존 가정폭력 전담경찰관 138명 이외에 일선서 지구대 소속 경찰관 211명을 임시 충원해 운영 중이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거나 보강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숫자를 맞추기 위해 현장 치안 일력을 빼오는 방법을 활용한 셈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요 사안에 대해 전담팀을 구성하는데 있어 반대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다만 일선 현장에 있는 인력을 빼내 투입해야 하는 만큼, 인력이 빠져나간 곳에서는 치안 공백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점”이라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음란사이트 단속을 위한 전담팀을 운영해 관련 사안들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하지만 관련 전담팀을 위한 인력 충원등이 없는 상황에서 일선 경찰관들을 관련 팀으로 옮기는 식으로만 대처한다면 실효성을 내기 힘든 보여주기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상당수의 일선 경찰관들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사이버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 경찰관은 “맡아야 하는 업무는 많고, 경찰관의 수는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음란물전담수사팀이 또 다시 만들어진다면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만큼 남은 사람들의 업무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음란물 관련 수사의 경우 이미 (사이버ㆍ여성청소년ㆍ생활안전 등) 관련 부서가 있는 와중에 ‘옥상옥(屋上屋)’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도 했다.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전담 조직이 만들어지다보니 해당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은 “윗선에서 밀어주는 조직으로 옮기게 되면 좋은 점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따른다”며 “자칫 해당 부서 신설을 주도했던 인사가 바뀌면서 팀이 해체되거나 힘을 잃게되면 경관 개인의 경력도 망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는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음란물전담수사팀의 경우에도 임기가 한 달께 남은 강 청장이 주도하는 사안인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 교수는 “현재 청장의 임기가 한 달께 남은 상황에서 신설되는 전담팀이 다음 청장 임명 이후에도 영속성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꼭 필요한 전담팀이라면 사람이 바뀌어도 제대로 힘을 받아 움직일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노력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실태 분석을 바탕으로 정확한 수요를 파악해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사 결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사안이라면 정규 조직으로 구성해 경찰 내 인사 이동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당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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