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위작 미스터리’ 3가지 포인트…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

李, 위조범이 자백한 위작에 친필확인서…왜 써줬나?
한 작품당 수억원에 판매…화랑街도 위작 인지했나?
호흡 등 작가 주관적 화풍…과학적으로 밝힐수 있나?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이우환 화백이 결국 위작 논란에 휩싸인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모두 ‘진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맞서 수사를 진행해 온 경찰도 해당 작품들이 위작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 앞으로 이 화백과 경찰 간 진실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논란 중 ▷이 화백이 위작에 써 준 친필 작가확인서 ▷위작을 판매한 화랑가(街)의 공모 여부 ▷주관적인 미술 작품의 호흡ㆍ기법 등이 경찰이 앞으로 풀어야 할 주요 숙제가 될 전망이다.

이우환 화백이 위작 논란이 있는 자신의 작품을 직접 감정하기 위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이 화백은 이틀 뒤 다시 경찰에 출석해 2차 감정을 마치고 “논란의 13점은 모두 내가 그린 ‘진품’”이라고 밝혔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이 화백의 작품들의 위작 논란에 대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9일 이 화백이 2차 작가 감정 직후 “13점 모두 진품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자 같은 날 ‘위작’ 판단 근거를 취재진에게 자세히 밝혔다.

13점 모두 ‘진품’이라는 이 화백의 입장은 지금까지 구속된 위조책 현모(66) 씨의 자백과 과학 감정ㆍ안목 감정 등을 토대로 13점 모두 ‘위작’이라는 결과를 내린 경찰의 수사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경찰의 의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안료의 성분 비율, 물감과 섞은 물질 등을 근거로 ‘위작’이라는 감정 결과를 냈다. 민간 감정 기관들도 위작에서 보이는 ▷인위적 노후화 ▷안료 질감의 다름 ▷그림 뒷면 서명의 조잡함 등을 근거로 ‘위작’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1976)’. [출처=국립현대미술관]

이 중 경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풀리지 않은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작가 확인서다. 현재 위작 논란을 빚고 있는 13점 중 위조책 현 씨가 스스로 그렸다고 자백한 작품은 4점이다. 이 4점 중 하나에는 작가가 친필로 직접 써 준 작가 확인서가 첨부돼 있다. ‘이 그림은 내가 그린 진품 그림 맞다’는 일종의 표식으로, 한 화랑에서 현 씨의 위작을 판매하면서 이 화백에게 이를 직접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해당 작품이 위작이라면 이 화백은 본인이 그리지 않은 위작에 ‘진품’을 증명하는 친필 확인서를 써준 셈이 된다. 이 화백은 해당 작품을 직접 보지 않고 화랑 관계자가 보여준 사진을 통해 친필 확인서를 써 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앞으로 경찰에게는 어떠한 경위로 이 화백이 그림을 직접 보지 않고 해당 확인서를 써준 것인지 파악할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둘째, 판매책인 화랑에 대한 수사다. 현재 이번 사건 수사에서 실제로 경찰에 구속된 사람은 위조 총책으로 파악된 현 씨가 전부다. 하지만 문제가 된 위작들 13점 중 12점은 화랑에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지 1점은 경매를 통해 판매됐다.

따라서 경찰은 위작을 그려 유통시킨 유통책 외에도 해당 위작을 판매한 화랑 주인들이 판매 전 이미 위작인 것을 인지하고 수억원에 판매했는 지를 조사할 필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판매책인 화랑에 대한 부분은 조사 중이기 때문에 직접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작가만의 호흡과 기법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냐는 것이다. 이 화백은 경찰이 수사 중이 자신의 작품들이 ‘진품’임을 확신한다며 “호흡이나 리듬ㆍ채색기법이 다 내가 (쓰는)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호흡과 리듬이라는 것이 작가가 ‘느끼는’ 주관일 수밖에 없어 과학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목 감정을 맡았던 민간 감정 기관들은 위작들의 호흡과 기법이 ‘저급하다’며 ‘위작’임을 주장했지만 생존 작가의 의견이 중시되는 예술품 감정에서 이 화백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경찰이 지금까지 밝힌 감정 내용도 안료의 원소 비율 등 ‘과학적 요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경찰이 작가의 주관이 주를 이루는 호흡과 리듬 부분을 어떻게 밝혀낼 지 주목되는 이유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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