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삼성重, 대우조선 인수설’…왜?

거래(去來)란 ‘가고 온다’란 의미다. 전제는 양측이 모두 ‘내가 이득’이라는 판단이 들 때에만 거래가 성사된다는 점이다. 나는 손해인데 상대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일어나는 거래는 없다. ‘조건이 안맞다’를 이유로 파기 되는 거래도 많다. 이는 어느 한측이 ‘내가 손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가운데 끊이지 않고 나오는 설은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매입 한다는 소문이다. 큰 거래, ‘빅딜’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사 설은 올해 4월에는 외신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고, 구조조정이 심화되는 과정에선 정부를 통해, 그리고 최근에는 채권단을 통해 설들이 흘러나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매입 가능성은 ‘0’으로 무한 수렴 중이다.

매각 물건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거래 양방은 분명하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 산업은행측은 팔고 싶어하는 측이고, 삼성그룹 측은 사기 싫어하는 측이다. 매각설의 진원도 해명 자료를 어디서 냈는지를 보면 명확해진다. 대우조선 매각설에 대한 해명자료는 산업은행이 냈다. 산업은행은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삼성측은 난감하다. 가뜩이나 삼성중공업 자체만으로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돈이 1조원 안팎이나 되는데다, 업황 개선 가능성이 낮은 현 상태에서 부실덩어리 대우조선을 매입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게다가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돈 되는 사업만 남긴다는 철학으로 사업을 재편중이다. 삼성탈레스, 삼성테크윈 등은 이미 팔았고, 제일기획은 매각 대상 리스트에 올랐었다. 대우조선을 매입할 형편도, 상황도 안된단 얘기다.

항상 그렇듯 변수는 있다. 매입설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올해 5월엔 방산부문을 제외한 부분만 삼성중공업에 매각한다고 했다가 이번엔 대우조선이 강점이 있는 LNG선 부문만을 떼내 삼성중공업에 매각한다는 얘기로 변했다. 매각 물건의 질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단 의미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측은 대우조선을 인수할 마음이 없다. 아직은 ‘내가 손해’란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급하면 싸게 팔아야 하고, 느긋하면 싸게 살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장에 나온 노파는 아침에 떼온 야채를 ‘떨이 판매’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저녁 찬거리가 부족하지 않은 주부는 ‘아이 쇼핑’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홍석희 산업섹션 재계팀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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