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은 금융안정보고서①] 가계부채가 소득의 1.5배…빚 못갚는 한계가구 속출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우리나라 가계가 갖고 있는 빚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의 1.5배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득만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가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주택담보대출 죄기에 나섰지만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 규제에도 가계부채는 고공행진=한국은행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가계신용 통계 기준)는 올 3월 말 현재 1223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4% 늘어났다.

정부가 지난 2월 수도권에서 우선 도입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가계대출 규제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는 여신 규제에서 제외된 집단대출과 제2금융권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최근 1년 사이 11.5%(2015년 2분기)→12.6%(2015년 3분기)→13.6%(2015년 4분기)→15.1%(2016년 1분기)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12.2%→13.6%→13.8%→13.7% 등으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가계부채의 질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빚 증가 속도 못 따라가는 소득=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월 말 현재 145.6%로 추정돼 지난해 9월 말(140.7%)에 비해 4.9%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9.6%포인트 급증했다.

이 같은 상승률은 최근 10년(2005∼2014년) 연평균 상승률 3.1%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에서 세금, 연금 등을 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45.6%라는 얘기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모두 빚을 갚는 데 쓰더라도 빚의 45.6%가 남는다 뜻이다.

이는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를 가처분소득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4.1%로 주춤하는 사이, 가계부채 증가율은 11.4%까지 치솟았다.

조정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이에 대해 “최근 기준금리 인하 등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자가 감소하는 데 기인한다”면서 “다만 정부의 가계부채 질적구조 개선 노력 등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빚 못갚는 한계가구↑…금리충격 우려=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처분하지 않으면 단기간에 빚을 갚지 못하는 취약가구의 증가세도 예사롭지 않다.

한은이 2015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한계가구는 1년 전에 비해 4만가구(3.9%) 늘어난 134만가구로 조사됐다.

한계가구는 금융자산이 없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가구이다.

이번에 조사된 한계가구 수치를 전체 가구 수가 360만가구인 서울시에 빗대 보면, 서울 거주 가구 3곳 중 1곳 이상이 한계가구라는 얘기가 된다.

DSR이 40%를 넘을 뿐 아니라 총부채/총자산 비율(DTA)이 100%를 초과하는 부실위험 가구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실위험 가구는 지난해 3월 현재 111만가구로 1년 전보다 3만가구(3.2%) 증가했다. 이들 부실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20.1%에 달해 부실 가능성을 높인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이 끝나고 금리가 정상화됐을 때다.

금리가 100bp(1bp=0.01%포인트) 상승했을 때 한계가구 비중은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2.5%(134만가구)에서 13.3%(143만가구)로 0.8%포인트 오르며, 이들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비중도 29.1%에서 31.8%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부실위험 가구 비중은 금융부채 보유가구 대비 10.4%(111만가구)에서 10.9%(117만가구)로 늘고, 보유 금융부채 비중은 20.1%에서 22.3%로 상승하는 것으로 시산됐다. 다만 한은은 “금융기관들의 손실흡수 능력을 감안할 때 이로 인한 금융시스템 리스크 증대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한계가구와 부실위험 가구로 중복 판별된 가구는 54만가구 정도였다. 이 중에는 저소득층(1ㆍ2분위 40%), 40대(38.5%), 자영업자(34.2%) 계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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