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절박한 생존의 시대 종언? 44년 역사 국방위원회 폐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90년대초 루마니아 독재정권이 한 순간에 몰락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생존을 위해서는 오로지 군부의 힘에 의존해야 하고 군부를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결국 기존 국방위원회를 최고 권력기관으로 격상시켜 국방위원장이 됨으로써 북한의 군사권을 한 손에 틀어쥐었고, 사회주의의 몰락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던 90년대를 총칼의 힘으로 지나왔다. 북한 정권에게 군부는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던 셈이다.

총칼의 힘을 권력의 원천으로 삼아왔던 북한 정권이 이번에 국방위원회를 스스로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해 주목된다.


북한 ‘선군정치’의 상징으로 최고 국가기관으로 군림했던 북한 국방위원회가 4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북한은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를 열고 국방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국무위원회를 신설했다.

국방위원회 최고 수장으로 국정을 관할하던 김정은은 이날로 국방위원장 칭호를 버리고 국무위원장에 올랐다.

국방위원회의 기능이 군사 분야에 한정돼 있다면 국무위원회는 통일, 외교, 경제 등 국정의 전반을 관할하는 기능을 맡고 있어 김정은이 이번 계기로 북한을 병영국가에서 정상국가로 국가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북한 수뇌부가 생존의 문제에 급급하던 시대에 종언을 구할 정도로 여유만만함을 과시할 수 있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통일교육원이 발간한 ‘2016 북한 이해’ 책자에 따르면 국방위원회는 1972년 12월 채택된 ‘사회주의 헌법’에 주권의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인민위원회 산하 5개 위원회 중 하나로 설치됐다.

당시에는 김일성 주석이 국방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지도할 수 있도록 규정됐다.

국방위원회의 위상이 중앙인민위원회보다 높아지게 된 것은 1990년 5월 최고인민회의 제9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일을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임명하면서부터다. 1992년에는 헌법을 개정해 중앙인민위원회의 부문별 위원회에서 독립하면서 확대됐다.

김정일 집권기인 1990년대 체제 위기 속에 선군정치와 함께 국방위원회의 위상은 갈수록 강화됐다. 1998년에는 ‘국가주권의 최고 군사지도기관이며 전반적 국방관리 기관’으로 격상됐다.

당시 헌법 개정으로 국방위원회의 권한도 인민무력부를 중심으로 하는 국방 및 군사 분야의 중앙기관 설치 또는 폐지, 중요 군사 간부 임명 등으로 확대됐다.

2009년에는 ‘국가 주권의 최고 국방지도기관’으로 바뀌었으며, 구성 인원도 기존 9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방위원회를 대신할 국무위원회가 신설되면서 국방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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