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 시행 3년 ②] ‘제2의 신격호’ 급증… 재산 많으니 분쟁 끊이지 않네

-부모 재산 10억 넘으면 25.1%가 법정공방

-10억 미만이면 다툼 비율도 4.7%에 그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해 12월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9) 씨가 서울가정법원에 “오빠의 후견인을 지정해달라”며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2013년 7월 1일 성년후견인제가 도입된 이래 국내 굴지의 그룹 총수가 성년후견 대상자로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과 치료 등 신상에 관한 문제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ㆍ신동빈 형제의 다툼이 있었다.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인제는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건으로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부모의 재산이 많을수록 가족들 간 다투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헤럴드경제DB]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에 따르면 이처럼 후견 당사자인 부모의 재산이 많을수록 자녀들 간 분쟁비율도 높다.

김 판사는 1일 성년후견제 시행 3년을 맞아 2013년부터 진행된 성년후견 심판 1000여건을 분석해 ‘성년후견제도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판사는 현재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사건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등 당사자의 재산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25.1%는 부모의 재산이나 치료방법 등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부모 재산이 100억원을 넘는 사건도 19건에 달했는데 이 중 36.8%(7건)가 재산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였다.

반면 부모 재산이 10억원 미만이면 다투는 비율은 4.7%에 그쳤다. 1억원 미만인 경우 재산 다툼은 1.6%로 더 줄어들었다.

노인 이미지.

후견인 지정을 놓고 가족 간 다툼이 있는 경우 부모의 정신건강 이상여부에 대해서도 다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판사는 보고서에서 “부모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쪽에선 보통 정신적 제약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래야만 부모 명의로 한 재산 처분(주로 증여)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버지의 뜻’이라며 롯데그룹 후계자 자리를 요구해온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며 후견인 지정을 반대해왔다.

성년후견 사건의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보통 6개월이 걸린다. 3개월 내에 결정이 나온 경우는 32.3%, 3개월~6개월 미만은 39.4%로 전체 사건(기각ㆍ각하ㆍ취하 제외)의 71.7%는 반년 안에 후견인 지정이 이뤄졌다.

반면 신 총괄회장 사건처럼 양측 간 다툼이 첨예할 경우 심리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신 총괄회장은 사건이 접수된 지 이미 6개월을 넘겼다. 신 총괄회장 측이 입원을 연기한데다 정신감정을 거부하고 병원을 돌연 퇴원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2010년부터 치매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법원은 정신감정 없이 조만간 신 총괄회장의 의료기록 등을 검토해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