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 시행 3년 ③] 취지 좋지만, 제도적 허점도 많다

-‘법원을 넘어 지역사회로’ 성년후견인 제도의 과제
-법안 만든 후 구체적 제도ㆍ예산 뒤따르지 않아 부작용 속출
-전문가들, 법원을 넘어 지자체와의 협업 중요해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시행 3년차인 성년후견인 제도에 여전히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단 능력 없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법안 제정 후 구체적 시행안이 뒤따르지 못해 도입 목적이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이나 노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법적 후견인을 선임하는 것이다. 금치산제도와 달리 법적 후견인이 재산관리 뿐 아닌 치료·요양 등 피후견인을 폭넓게 보호하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성년후견인제도 3년이 됐지만 구체적 제도와 예산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관련이미지.

그러나 성년후견 제도의 현실은 이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근래 성년후견 제도는 피후견인의 재산을 노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뇌손상을 입은 A씨의 가족들이 서로 성년후견인이 되겠다며 법정 다툼을 벌인 것이 한 예다. 당초 A씨의 후견인으로 이모 B씨가 지정됐지만, 형인 C씨는 법원에 후견인 변경을 요청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모두 A씨의 재산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A씨의 병원을 찾은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B씨는 후견인 역할을 하며 A씨의 부동산을 자신의 자녀 명의로 이전해 둔 상태였다.

성년후견인제가 악용되는 이유로 부실한 후견인 감독이 꼽힌다.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 후견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인원은 법관 2명, 전문조사관 5명, 참여관과 실무관 각 1명과 일부 보조인력이 전부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성년후견인 신청 건수가 921건인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일선 변호사들은 “인력이 부족하니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에대한 감독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성년후견인이 절실하지만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도 허다하다. 성년후견 신청을 낼 친족이 없는 독거치매노인이나 정신지체 고아들은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법에서는 성년후견을 신청할 수 있는 자로 친족 외에 지자체장과 검사를 포함하고 있지만, 이들은성년후견 청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지난해 한국성년후견학회는 관할 구청에 10억대 자산가인 독거치매노인 D씨의 후견을 신청했지만, 구청은 3개월간 나서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구청이 후견신청을 내기로 한 날 D씨는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성년후견인 제도의 현주소를 “법의 뼈대만 있을 뿐 후속 행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평가한다. 가사전문 이현곤 변호사(새올 법률사무소)는 “현재 가정법원만 후견업무를 떠맡고 있는 상태“라며 ”담하고 있는 상태”라며 “성년후견이 재판의 일종으로만 여겨질 뿐 이에 대한일선 관공서나 지자체의 인식은 부족해보인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장·단기적 대책을 모두 주문한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성년후견제도를 전담하는 법원 차원의 대안이 있다. 서울가정법원 김성우 판사는 30일 가정법원에서 이뤄진 ‘후견감독 실무 워크숍’에서 △후견 감독 시스템의 표준모델·매뉴얼 수립△인적 물적여건 확충과 절차선별 △법인후견인 확충 등을 주장했다. 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년후견인 절차를 효율적으로 개선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기적으로는 법원을 넘어 지자체와의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년후견제가 법률서비스를 넘어 사회복지제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우 판사는 “법원에만 큰 부담을 지운 일본의 경우 성년후견 감독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공공후견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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