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 떼버린 김정은, 고심 엿보인 北작명법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란 직함을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고쳐 달면서 당ㆍ정ㆍ군 직함이 확정됐다. 실질적인 권력은 김일성-정일-정은으로 세습된 만큼 호칭을 어떻게 하느냐는 김정은의 실제 권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직함을 새로 만든 이유는 그만큼 절대 권력을 위한 상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을 호칭할 때는 당과 정, 군을 두루 아우르는 직함을 차례로 일일이 부른다.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 이전까지는 ‘조선노동당 제1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고 불렀다. 당ㆍ정 직함이 바뀌면서 지금은 ‘조선농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로 바꿔 부른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30일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돼 군권을 장악했다. 2012년엔 차례로 제1비서, 제1위원장이란 직함을 가지면서 권력을 다졌다.

그러나 제1비서, 제1위원장이라는 서수(序數)가 붙은 직함은 김일성(총비서, 주석), 김정일(총비서, 국방위원장) 등과 비교할 때 ‘유일영도체제’와 어울리지 않는다.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경우 ‘선군정치’를 강조한 김정일 시대를 연상케하는 측면도 있었다.

더군다나 북한은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당 규약에 명시, 사회주의 정치체제에서 ‘최고수위’를 표현할 만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이런 제약조건 아래에서 선대에 버금가는 직함을 달기 위해서는 조직 정부도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했다. 단순한 이름 바꾸기가 아니라 ‘김정은 시대’를 완성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그 결과물로 북한은 당대회를 통해 비서국 대신 정무국을 신설해 김정은을 당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는 국방위원회가 아닌 국무위원회를 만들어 역시 위원장이란 새 이름표를 달아 줬다. 조직이 있고 나서 직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후 관계가 혼재된 것이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