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시행…포털은 ‘꼼수’ 이용자는 ‘깜깜’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업체들이 최근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적용에 나섰지만, 이를 이용자들에게 따로 알리지 않아 민원처리 부담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 29일부터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를 신청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마련했다. 카카오도 같은 날 포털서비스인 ‘다음’에 적용을 시작했고, 7월말중에는 카카오톡 내 채널 등 카카오의 모바일 서비스까지 확대된다. 구글 등 해외 사업자들도 지난달 30일부터 서비스 이용자들의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신청을 받고 있다. 


잊혀질 권리를 위한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은 이용자 본인이 인터넷 상 게시한 게시물에 대해 타인의 접근 배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신청이 접수되면 포털은 해당 게시글이 요청자 본인이 작성한 게시물이 맞는지 확인한 뒤 제3자의 접근을 배제한다. 다만, 사이트 탈퇴 등의 이유로 요청자 본인이 게시물을 직접 삭제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된다. 또한 네이버 ‘지식인’과 같이 타인이 작성한 글과 묶여있는 공동 게시물은, 자신의 개인정보(주민번호나 연락처, 얼굴사진 등)가 포함된 경우에만 블라인드 조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신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용자가 없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를 통틀어 현재까지 신청 건수는 ‘0건’이다. 서비스 초기를 고려한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이용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탓도 커보인다. 시행 사실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이 전부다. 포털 사이트 메인 등에서 관련 공지는 찾아볼 수 없다. 고객센터 내 공지사항 게시판에도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신청을 받는다는 글은 없다.

고객센터에서 신청 페이지를 찾아들어가는 과정에도 불편함이 있다. 신규로 적용되는 것인데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바로가기 배너 등이 없다. 네이버는 고객센터에 들어가서 ‘신고센터’, ‘신고하기’,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 등의 다소 복잡한 단계를 밟아야 한다. 다음 사이트의 경우에는 고객센터 내 ‘권리침해신고’ 메뉴로 들어가 ‘자기게시물 접근 배제’ 접수가 가능하다. 양사 모두 기존 게시중단 신고 페이지에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신청 창구를 포함시켜 놓고 있어 해당 서비스가 적용된 것인지를 쉽게 알아보기는 어렵다. 구글은 고객센터의 메뉴 구성이나 용어 등이 국내 포털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 생소해 자기게시물 삭제 민원 창구를 찾기 더욱 까다롭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게시물은 본인 삭제가 가능하다”며 “이용 흐름상 자연스럽게 고객센터로 유입되기 때문에 별 무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통위는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접수와 관련된 운영 상의 이슈는 사업자의 자율 권한이기 때문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포털 입장에서 번거로운 민원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이용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고지를 강제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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