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권도엽 안실련 공동대표] 교통법규 단속을 경기상황에 맞추라고?

얼마 전 인천 청라대로 한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이 음주운전 차량에 들이받혀 운전자와 그 어머니, 아들이 숨지고 남편은 크게 다친 사고가 있었다.

현장사진을 보니 피해 차량은 추돌 충격으로 10m를 튕겨나가 도로변 배전박스에 부딪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사고 순간의 처참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가해차량 운전자는 운전면허 취소 대상인 혈중알코올농도 0.122%의 만취 상태였다. 무책임한 한 사람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즐거운 저녁 한때를 보내고 귀가하던 한 가정이 산산조각 난 것이다.

만일 가해 운전자가 본인의 행위가 초래할 수도 있는 끔찍한 결과를 예상했더라면, 혹은 사고 전 경찰에 단속됐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사고에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이 사건을 접한 많은 사람이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경찰이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밤낮을 불문하고 스팟 이동을 하며 24시간 음주운전을 단속 중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불경기에 무차별 단속이 웬 말이냐’, ‘세수 확보를 위한 단속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한다고 한다.

교통법규 위반자를 단속하여 교통사고로 인해 신체적,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줄이고자 하는 교통경찰 본연의 업무가 과연 경기 상황을 가려가며 해야하는 것일까? 교통사고로 인한 천문학적 경제ㆍ사회적 손실은 차치하고, 경기상황이 생명의 가치보다도 앞선다는 말인가?

나와 누군가의 교통법규위반 행위가 단속받는 것은 내 지갑의 아까운 돈이 빠져나가는 불운이 아니라,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이 겪게 될 수도 있는 교통사고로 인한 고통을 미연에 방지해주는 아주 효과적인 선행이다.

인천사고의 가해자도, 단속이 걱정되어 운전대를 놓았었거나, 사고전에 단속에 적발되었더라면 한 가정을 파탄 내었다는 평생의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교통사고 단속과 관련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년간 경찰이 교통단속을 줄이고 소통 위주의 교통정책을 실시하자 2000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2년에 이례적으로 3.1% 증가했다. 그 후 2013년부터 다시 단속을 강화한 결과 37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5000명 아래로 감소했다. 또한 최근 15년 동안의 ‘교통단속 건수’와 ‘보험사 신고건수’의 관계성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에서는 2014년 한해 교통단속 100건당 인명피해 사고가 6.6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무질서와 관련한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이는 곧 그 건물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이는 곧 큰 범죄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통 단속에도 마찬가지로 이 이론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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