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 영국은 지금] 지갑닫고 ‘긴축 모드’ 들어간 영국인들

부동산거래·휴가계획등 취소러시
소비심리 위축에 기업도 몸사리기
BOE, 7~8월 긴급 경기부양 조치

브렉시트 공포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주택 구매 등 목돈이 드는 소비 계획부터 손대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기업 뿐 아니라 토종 영국 기업들까지 사업 축소 등 투자 감축의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영국인들의 소비심리까지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의 마크 커니 총재는 “영국이 이미 경제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란은행은 이에 따라 조만간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긴급 경기부양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생존 모드에 들어갔다”…얼어붙은 소비=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거액이 오고 가는 시장을 중심으로 영국의 소비가 얼어 붙고 있다. 주택 거래는 물론 휴가, 가구, 전자제품 등의 소비가 당장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중개기업 하르트는 브렉시트 투표 후 주말 부동산 거래를 철회한 사람의 수가 지난해 6월 마지막 주말에 비해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리테일 이코노믹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휴가, 텔레비전, 욕실, 가구 등과 관련한 소비 계획을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가디언의 한 독자는 “집을 지으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우리는 ‘생존 모드’에 들어갔다. 앞으로 수 년간은 자금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자는 스페인의 부동산을 구매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 다시는 스페인 부동산을 살 만큼의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집을 매물로 내놓은 사람들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르트는 지난 주말 집을 팔겠다고 등록한 건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3.9% 줄었다고 밝혔다.

기업도 몸 사리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의 한 IT컨설턴트는 회사가 30명을 새로 고용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미 브렉시트 우려가 영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함부로 자금 운용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와 1억3000만유로 규모의 계약을 맺기로 했던 독일 고객은 서명을 보류했다. 그는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불안정할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것 중 하나가 IT에 지출하는 비용이라며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때 한바탕 일어났던 일인데 또 시작됐다”고 말했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는 아마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일 수 있는 불확실성을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했고 특히 영국에서 짧은 기간 안에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며 “유럽과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英 중앙은행, 7~8월 중 긴급 경기부양 조치 나선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은행이 달래기에 나섰다. BOE는 브렉시트 투표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올 여름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을 뜻을 강력 시사했다. 시장에선 이르면 7~8월 중에 금리인하 및 자산매입 확대 등의 양적완화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니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한동안 고조된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며 “경제 전망이 악화했고 일부 통화정책 완화가 올 여름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 둔화 극복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카니 총재는 “몇 개월 동안 BOE는 경제 성장을 지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다. 수 주일 동안 통화와 금융안정을 위한 수많은 다른 조치들을 고려할 것”이라며 “경제와 일자리, 임금 등을 지지하기 위해 계획을 실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BOE가 경기부양 조치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12년 이래 처음이다. 그 만큼 긴급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BOE는 2009년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내린 데 이어 2012년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현재 양적 완화 한도로 3750억파운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BOE의 조치가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니 총재도 “통화정책이 대규모 부정적인 충격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들을 즉각, 또는 완전히 상쇄할 수는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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