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상반기 유통 결산 ⑦] 늦장 대응, 실험 조작… ‘가습기 살균제’, 소비자가 뿔났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당신의 아이를 죽인 것은 바로 우리다 라고 한명 한명 찾아와서 사과해야한다”.

피해자들은 ‘비도덕적 행태’를 만천하에 드러낸 업체를 향해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피해자들의 외침을 외면했던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사들의 ‘모럴헤저드’를 고스란히 지켜봤다. 5년만의 늦장대응, 뒤늦게 드러난 유해성 은폐까지. 2011년 상반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5년만인 2016년 상반기 유통가의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다.

지난 4월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로서 처음으로 수습방안을 내놨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5년만이다. 


지난 2005년부터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를 원료로 PB 가습제 살균제를 제조, 판매하다 중단한 바 있는 롯데마트의 김종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2011년 8월 이후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보도 와중에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피해여부 확인이 어려웠다’ 등의 이유로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피해보상 전담 조직 설치 및 피해 보상에 대한 계획을 내놨다. 이어 같은달 말 홈플러스 역시 강서 신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한 전담기구 설치와 보상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홈플러스는 지난 2004년 말부터 2011년까지 PB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라는 이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바 있다.

업계에서 사과와 보상방안에 대한 발표가 잇달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자로 꼽혔던 옥시의 태도는 달랐다.옥시는 같은달 21일 언론사를 통해 이메일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다”, “이미 조성된 50억 원 외에 50억 원을 추가로 출연해 피해자 지원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고, 옥시의 안일한 대처에 여론은 ‘진정성이 없다’며 공분했다. 여론 악화를 의식한 옥시는 약 열흘 뒤인 5월 2일에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포괄적 보상안’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유통, 제조사들의 모럴헤저드를 가만히 두고보지 않았다. 소비자단체 등 전국민적인 ‘옥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대형유통채널에서 옥시 제품의 매출은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세탁, 청소용품, 방취제, 흡수류에서부터 주방용품, 의약품까지 옥시 제품 리스트는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됐다.

검찰 역시 빠르게 진실 규명에 날을 세웠다. 옥시레킨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은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검찰은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해 롯데마트, 홈플러스 관계자들이 줄줄이 소환했다. 현재 검찰은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상품 판매 과정에서 안정성 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로 사상자를 낸 혐의로 노병용 롯데마트 전 대표를 구속했고, 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PB 상품을 기획한 외국계 컨설팅업체 팀장,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작한 용마산업사 김모 대표도 업무상과실치사ㆍ상 혐의로, 홈플러스 전 그로서리매입본부장과 전 법규관리팀장 등 2명에 대해서는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고 광고한 혐의까지 더해 구속한 상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 유통사들의 배상 논의도 어느정도 진척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올해 초 꾸린 전담조직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 피해자들과의 배상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옥시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배상에 대한 두 차례 설명회를 열어 세부사항을 수정, 이달까지 배상안을 정하기로 했다. 복수 브랜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에게도 배상금 전액을 먼저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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