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檢수사 급피치] 5조4000억 분식회계혐의 고재호 소환

檢 피의자신분 고강도 조사
사업부실·회계조작 집중 추궁
고 “엄중한 상황 책임 통감”
정관계 수사 확대여부도 주목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압수수색 한 달 만에 전직 최고경영자 두 명을 모두 소환하는 등 부패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조원대의 사업 부실과 부정축재가 발생하는 동안 관리ㆍ감시당국이 이를 알고도 눈감아 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영진의 ‘뒷배’를 봐준 것으로 의심되는 정ㆍ관계 인사들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4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번 수사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고재호(61)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27일 남상태(66ㆍ구속) 전 사장을 소환조사한 이후 일주일 만이다.

이날 오전 9시13분께 서울중앙지검 별관 청사 앞에 도착한 고 전 사장은 ‘회계사기 혐의 인정하시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회계 자료 조작 지시한 목적이 뭐였느냐’는 질문에는 “지시한 바 없다”고 짧게 말하고 조사실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재임기간(2012년~2014년) 동안 대우조선에서 일어난 5조4000억여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던 산업은행 출신 김모(61ㆍ구속) 전 부사장은 고 전 사장과 함께 회계사기를 공모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특별수사단은 두 사람이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해양플랜트 사업이나 선박 사업에서 예정된 원가를 임의로 축소한 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의혹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매년 경영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것처럼 예정원가를 조작하고, 이렇게 부풀려진 금액을 매년 공시된 회사 사업보고서 등에 자기자본인 것처럼 반영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재무가 건전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진 상태에서 대우조선 측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금융권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권에 끼친 피해 규모는 무려 1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통해 부풀려진 경영성과를 토대로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과정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구속된 남 전 사장의 개인 비리 수사도 진전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이 지난 2008년 유럽에 위치한 대우조선 지사 2곳을 통해 비자금 50만 달러(당시 환율로 5억원 상당)를 조성하고, 이 자금으로 대학교 동창인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정모(65ㆍ구속) 씨의 해외 페이퍼컴퍼니 지분을 취득해 수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겨온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전 사장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건축가 이창하(61) 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금명간 이뤄질 전망이다.

특별수사단은 두 전직 최고경영자의 개인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ㆍ관계 ‘검은 커넥션’이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 전 사장의 경우 이명박정부 정ㆍ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연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지난 2010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대우조선이 협력업체에 지급한 선급금 중 수십억원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했고, 남 전 사장이 이를 통해 정권 실세들에게 연임 로비를 펼쳤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대근ㆍ김현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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