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1000조’시대, 내실은 ‘반값’…이중성에 우는 보험산업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보험산업이 ‘총자산 1000조원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보다는 앞으로 격화될 생존경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더 크다.

2020년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산재한 악재 속에 총자산 1000조원은 단순히 몸집만 커진 것 뿐이라는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KDB생명의 반값 매각설이 흘러 나오면서 가뜩이나 움추린 보험업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장부가 68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0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KDB생명 최대주주(지분율 85.13%)인 KDB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회사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예상 매각 가격을 장부가의 절반 이하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4일 KDB산업은행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산은은 “KDB생명의 예상 매각가격을 3000억원으로 책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산은은 “현재 KDB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회사는 CS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하여 매도실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최소입찰가격을 결정하는 등의 절차에 전혀 착수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이 나왔지만 지난 4월 국내 11위 생보사인 알리안츠생명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에 팔린데 이어 또 한차례의 헐값 매각 논란이 일면서 보험 업계에는 자본 확충 불안감이 번지는 분위기다. KDB생명 반값 매각설도 2020년 IFRS4 2단계가 도입됨에 따라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나왔다.

앞서 알리안츠생명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된 것도 새로운 회계기준으로 인한 1조원 이상의 자본금이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IFRS4 2단계라는 새로운 회계기준의 핵심은 부채(향후 보험계약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 규모를 시가로 평가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보험사 부채가 현재보다 크게 늘어나 추가로 막대한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보험 계약 당시 금리보다 훨씬 낮아진 현재 저금리 상황에서는 보험사들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과거 보험사들이 7% 약정금리로 팔았던 상품의 경우 금리가 2%로 낮아지면 5%포인트 차이만큼 더 커진 자본금을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보험회사들의 부채 증가분은 96조원(2015년 말 기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보험사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실제로 국채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보험사들은 초저금리 환경에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분기 말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을 3.9%로 역대 최초로 3%대까지 추락했고, 4월 말에도 3.9%를 기록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손보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1분기 말 3.63%로 생보사들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보험료 적립금에 해당하는 보험부채 적립이율이 4%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들의 운용자산 이익률이 3%대 후반에 그친다는 것은 그만큼 역마진이 심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보험사 총자산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으로 국내 보험사의 총자산은 생명보험사 744조8821억원, 손해보험사 232조7109억원 등 모두 977조59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950조1000억원을 기록한 보험사의 총자산은 4개월 사이에 27조원 넘게 늘어났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이르면 이달이나 내달 말,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보험사 총자산이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보다는 앞으로 격화될 생존경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가 더 크다.

보험연구원 윤성훈 실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률은 낮아지는데 수수료 부담은 커지고 있어 보험사들의 위험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미 많은 보험사들이 해외투자에 나선 것처럼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 돌파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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