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생 배우 조진웅, “이정도면 팔자라고 생각”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집에 있으면 다음날 촬영 나가기 싫어서 ‘차라리 오늘 죽을까, 도망갈까’ 생각하며 무릎을 쳐요. 우리 와이프는 이제 들은 척도 안 해요. “밥 먹어, 배 부르면 졸릴 거야. 자. 일어나서 나가.” 그렇게 말하죠.”

조진웅(40)이 촬영을 두려워한다? 그럴 리가. 호탕하게 “무사~무휼!”을 외치던 세종의 호위무사(SBS ‘뿌리깊은 나무’)부터, 따듯하고 정의감 넘치는 형사(tvN ‘시그널’), 일본인이 되고 싶은 변태 귀족(‘아가씨’)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항상 ‘조진웅만의’ 연기를 펼쳐 왔던 그다. 그런 그도 “현장에 나갈 생각을 하면 괴로워서”, “매일같이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한다”. 


“굉장히 괴롭죠. 이 짓(연기)을 안 했다면, 좀 이따가 그 (힘든) 씬을 안 찍어도 되잖아요. 엎드려 손으로 얼굴 싸매고 고민하죠. 양치질하고 샤워 하고 현장 나가야지, 나가야지….”

그래도 현장은 그의 힘이다.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전부 내 편이잖아요. 우리 편. 다 도와주려고 스탠바이 하고있는 사람들이죠. 천군만마가 있는데 뭐가 두렵겠어요.”

영화 ‘사냥’ 주연배우 조진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조진웅의 행보를 보면 ‘일년 내내 촬영만 하나’ 싶을 정도다. 쉬지 않고 새 작품으로 얼굴을 바꾼다. 올해 상반기에만 ‘시그널’, ‘아가씨’, ‘사냥’ 세 작품의 주인공이다. 대표적인 ‘다작’ 배우. 그는 “이쯤되면 팔자”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복이죠. 욕심이 많기도 해요. 그게 제 팔자인 것 같아요. 대학(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다닐 때부터 워낙 다작을 했고요. 부산에서 제가 무대 안 서 본 극장이 없을걸요. 교수님이 “너 왜 이렇게 수업 안 들어와, 레포트 왜 안 내”라고 하셔도 “연극 보러 오시라”고 했죠. “연극영화과에 연극하러 들어왔지, 왜요?”하면 아무 말씀 없으셨어요.”

그의 연기에는 일에 대한 애착은 물론이고, 엄청난 공부량이 뒷받침돼 있다. 작품에 대한 공부는 습관이다. “작품을 할 때 준비가 안 되면 동료끼리 회의를 할 때 한마디도 못 해요. 그러면 목소리 큰 사람 의도대로 작품에 끌려간다니까. 그 의도대로 내가 대사를 해야 되고요. 그게 죽기보다 싫은 거지. 내 역할의 당위성을 세워야 해요. 그러려면 공부해야죠.” 그에게 매 작품은 무대에서든 카메라 앞에서든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사냥’에서는 비리 경찰 박동근ㆍ박명근 1인 2역을 맡았다. 산을 엄청나게 뛰어다니는 역할이다. 출연이 결정되고 이우철 감독을 비롯해 영화사 대표,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과 함께 영화의 70퍼센트 이상 배경인 산을 느껴보고자, 등산을 감행했다. 하루에 북한산과 인왕산 두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이 팀이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 팀이잖아요.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산을 탔어요.”

산행 뒤엔 엽총을 사용하는 액션 장면을 준비하는 기나긴 모의 리허설도 이어졌다. 탄피가 들어있지 않은 총이지만 총 자체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었다. “약속을 하지 않으면 다쳐요.”

연극 연습을 하듯이 실내에서 구도를 잡고 동선을 짜서 카메라로 찍고 붙여 보면서 철저히 준비했다. “‘사냥’은 액션의 디테일이 따라가지 않으면 액션의 당위성이 떨어져 버리고, 그러면 그냥 ‘미친놈’들의 이야기가 돼 버리거든요.” 또 ‘당위성’ 이야기다. 


“손 들고 감독님한테 “저요, 저요, 이해가 안 되는데요”했어요. 그만큼 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산이라는 공간이 정말 묘하더라고요. 도움을 많이 받았죠.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현장에서 콘티가 많이 바뀌었어요. 영화에서 정말 ‘사냥’을 한다는 의미를 한 번 더 짚고 가기도 하고요.”

어느 순간 ‘대박 터진’ 배우로서의 소감은 너무나 소박했다. “빵 터졌는데 살림살이는 왜 나아지지 않죠? 아직도 전세 대출금을 갚고 있고요. (웃음) 부담이 많이 되죠. 많이들 알아보시고요.”

조진웅은 매번 작품이라는 고지를 넘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라는 건 ‘끊임없다’는 말로 설명되는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주연을 하면 대통령 상을 받고 훈장을 받고 명예퇴직한다, 이거 아니거든요. 매 작품이 도전인 것 같아요. 현장과 함께하는 사람이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내 사랑하는 부모 형제 다 내팽개치고 현장에 와 있는 건데, 재밌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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