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정부규제에 발목 잡혔다…韓게임 종주국에서 中속국으로 전락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국내 게임업계에 만연했던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외산게임이 온라인ㆍ모바일게임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시장 패권은 중국에 넘어갔다. 지난달말 중국게임업체 텐센트는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슈퍼셀을 10조원에 사들이면서 세계 1위 게임기업으로 등극했다. 인수금액만 한국게임시장 규모와 맞먹는다. 텐센트는 불과 10년전만해도 한국게임의 한수 아래로 취급받던 ‘그저그런’ 업체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게임이 시장주도권을 잃은 원인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부 규제에 게임산업 서서히 침몰 = 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5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수는 2010년 2만658개에서 2014년 1만4440개로 급감했다. 게임업계 종사자 수도 2012년 5만2466명에서 2014년엔 3만9221명으로 줄었다. 


이는 시장 지배력에도 영향미쳤다. 게임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2015년 매출기준 상위 10위권에서는 한국게임업체를 찾아볼 수 없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각각 12위, 24위에 이름을 간신히 올렸다. 중국에 앞섰던 한국 게임매출도 2008년 역전당한 이후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매년 30%대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 게임업체들과의 격차만 점점 커지고 양상이다. 한때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군림했던 한국게임업체들이 요몇년새 중국업체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주된 요인으로 정부 규제를 우선 꼽는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 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도하다가 2009년경 모바일시장에 늦게 대응하면서 한차례 실기했다. 게임업계를 더욱 위축시킨 것은 잇달아 쏟아진 정부규제다. 여성가족부 등의 요구로 도입된 셧다운제, 웹보드게임 규제, 아이템 규제 등이 중복규제들이 시행되면서부터다. 당시 자본력이 취약한 게임업체들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대형업체들도 경영난에 시달렸다. 이중 규제와 싸우느라 정작 게임 개발과 시장 개척 등에서 써야할 힘을 소진했다는 지적이다. 심야시간대 청소년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게임업계는 중복규제에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제기한다. 게임업체 출신인 김병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韓 게임종주국에서 中 속국= 한국게임업체들이 요몇년새 규제와의 일전으로 힘을 낭비하는 사이 중국업체들은 게임시장 지배력을 급속도로 넓혀갔다. 한때 게임시장 변방에 머물던 텐센트는 이미 한국시장에서는 큰 손이다. 텐센트는 카카오,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라인과 공동투자) 등에 8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투자했다. 넥슨(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크로스파이어), 웹젠(뮤 오리진) 등은 텐센트 같은 중국 거대 게임 배급사에 상당수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중국 게임개발사들도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거 중국게임개발사들은 한국게임업체들을 통해 간접진출한 후 마케팅과 현지화 작업 등을 모두 의존해왔다. 또 이들은 한국업체를 사들여 한국증시에도 우회상장하는 등 자본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행보에는 게임 수준과 기술력이 높아졌고 탄탄한 자본력을 갖줬다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업체들이 규제에 대응하느라 힘을 낭비한 사이 중국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했다”면서 “한류콘텐츠인 게임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한 중국게임의 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기자/ kong@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