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수사 ①] 검ㆍ경 압색 비웃는(?) 룸살롱…여전히 성업중

-검찰ㆍ경찰이 압수수색한 곳 등 르포 취재해보니…

-‘탈세’ 혐의 수사 중에도…“현금이면 싸게” 계속 장사

-업소 측 “압색 당일에도 영업…전에 로비해둔것 믿어”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사장님, 싸게 맞춰 드릴게요. 놀다 가세요.”

서울 중구 북창동의 A 룸살롱 소속 ‘강 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어 “현금으로 하실 거죠? 18만원이고요, 친구 분하고 같이 오시면 만원 더 빼 드릴게요. 놀다 가세요”라고 했다.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강 기사는 성매매를 암시했다. 강 기사는 “저희 가게 시스템 아시죠? 양주 1병, 맥주 무제한, 과일안주 나오고요. 아가씨 초이스 하시고 노시면 됩니다. 1시간 20분이고요. 노래 부르고 재밌게 노시고, 마지막에 아가씨가 (○○○○○) 해 드립니다”라고 했다.

검찰과 경찰이 조세포탈, 성매매, 뇌물 혐의 및 유명 연예인 성폭행 연루 등으로 유흥업소들을 압수수색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여전히 성업중이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룸살롱 소속 호객꾼들은 가게 앞을 지나는 또 다른 취객들에게 다가가 영업을 이어갔다. A 룸살롱은 지난 5월 1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신자용)가 압수수색을 했던 곳이다. A 룸살롱 사장은 필리핀 도주 중이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검찰과 경찰이 압수수색을 했던 유흥업소들은 성업 중이었다.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현금 거래 시 깎아 드린다”며 현금 거래를 서슴없이 유도했다. 성매매 등 불법 영업에 대한 호객행위에도 거침이 없었다. 관계자들은 유흥업소들이 심지어 검ㆍ경의 압수수색 당일에도 영업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의 B 룸살롱 소속 ‘이 이사’도 영업에 한창이었다. B 룸살롱은 영업사장 양모(62) 씨가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김모(43) 경사에게 단속 정보를 듣는 대가로 금품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이 이사는 가격과 영업 형태를 묻는 질문에 “현금으로 하시면 1인당 55만원, 카드로 하시면 63만원”이라고 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업 중인 A 룸살롱 소속 호객꾼이 보낸 문자메시지.

이어 2차 성매매도 암시했다. 이 이사는 “룸에서 노시는 시간 2시간 정도 생각하시면 되시고, 파트너 분과 함께 나가셔서 1시간 하시면 됩니다”라고 했다.

이 이사는 오늘 장사 잘되고 있냐는 말에 “그럼요. 저희는 못해도 아가씨들 120명씩은 항상 대기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오세요”라고 했다.

양 씨가 영업사장으로 있었던 C룸살롱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다만 C룸살롱 소속 ‘최 이사’는 가격과 위치, 시스템을 설명한 뒤 “그런데 누구한테 소개받고 오셨어요?”라며 약간의 경계심을 내보였다.

아이돌그룹 JYJ 멤버 겸 배우 박유천(31) 씨의 ‘성폭행 혐의 피소’ 사건이 발생한 장소로 지목된 서울 강남의 D 텐카페 등도 성업 중이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D 텐카페 등 4곳을 지난달 24일 압수수색했다. 사건 발생 당시 출근한 ‘아가씨 명부’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과 조직폭력배 등이 연루됐는지를 수사 중이다.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해도 텐카페들은 손님들을 그대로 받는 등 영업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으로 도주 중인 A 룸살롱 사장 봉모(48) 씨와 동업한 바 있는 관계자는 “오전에 압수수색 당하고도 그날 저녁에 그대로 영업을 했다”며 “이 사람들은 경찰, 검찰 안 무서워한다. 자기들이 로비해뒀던 뒷배를 믿는 거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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