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강도 높은 SKT 인가조건…케이블 구조조정도 무산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ㆍ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마무리되면서, 정체됐던 인허가 심사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M&A 당사자와 경쟁사 만큼이나, 종합유선방송(MSO) 업계도 그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M&A에 대한 경쟁 제한성 검토를 마치고 그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지난 4일 SK텔레콤 측에 발송했다. 업계에서는 경쟁제한 효과를 줄이기 위해 해당 보고서에 알뜰폰 사업조정 혹은 방송권역 조정 등의 조치가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J헬로비전 건을 계기로 업계 인수합병에 물꼬가 트이길 기대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은 공정위가 내건 조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 권역 가운데 SK브로드밴드와의 유료방송 가입자 합산 점유율이 60%가 넘은 권역에 대한 매각 명령을 보고서에 포함됐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가입자 중 4분의3을 포기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허나 마찬가지인 셈이 된다. 과거 공정위는 유료방송 M&A 심사 과정에서 점유율 70% 이상인 방송 권역에 대한 매각 조건을 붙여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 바 있다.

공정위가 강도 높은 시정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SK텔레콤이 M&A를 철회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경우 M&A 건으로 수개월 째 업무마비 상태였던 CJ헬로비전은 물론, 전체 MSO 업계의 속내도 복잡해진다.

현재 케이블 업계는 저가 요금의 열악한 수익구조, 콘텐츠 수급비용 가중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타계하려면 지속적인 구조개편이 필요한데, 첫 주자인 CJ헬로비전의 M&A가 무산되면 후발주자들의 활로가 막힐 수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공정위 심사 결과 발표에 앞서 지난달 15일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의 M&A가 무산되면 케이블방송 업계 전체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케이블 3위 업체 딜라이브가 지난해 초부터 시장에 나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HCN의 경우 한때 LG유플러스가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나마 IPTV를 운영하는 통신업체들이 케이블TV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상황이지만, 공정위가 내놓은 인허가 조건대로라면 KT와 LG유플러스도 유료방송 권역별 점유율 제한 조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설령 SK텔레콤이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불합리한 조건이 선례로 남으면 추후 유사한 M&A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승인 조건이 향후 방송통신시장 M&A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행여 이번 M&A가 무산된다면 구조조정이 절실한 다른 케이블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자발적인 방송 시장의 구조조정을 막는다면, 케이블 업계 회생을 위한 대책이라도 내놔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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