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T-CJH 합병 불허 결정] 통신ㆍ콘텐츠 융합시대 갈라파고스 자초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ㆍ합병(M&A)을 불허하면서, 통신ㆍ콘텐츠 융합시대에 역행하는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4일 발송한 M&A 심사보고서에서 경쟁제한을 이유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지분 취득 및 합병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는 양사 M&A를 사실상 불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인 흐름인 통신ㆍ콘텐츠 융합 시대에, 국내 업계만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 방송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자본들도 경쟁력 있는 국내 콘텐츠 제작 및 판매, 유통에 손을 뻗고 있다. 이 가운데 종합유선방송 매출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호황을 누리던 통신업계 실적도 지난해부터 주춤한 상황이다. 위기에서 벗어날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SK텔레콤-CJ헬로비전의 M&A로 투자재원이 마련되면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고사 위기의 케이블TV(CJ헬로비전) 역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신규 채널을 늘리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유료방송시장이 재편되면서 미디어 시장에서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 될 것으로도 전망됐으나, 공정위의 M&A 불허로 이 같은 기대는 요원해졌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존 방송통신 서비스는 정체 상태로, 글로벌 시장에선 돌파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는 넷플릭스처럼 제작부터 유통까지 가능한 종합 방송사업자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선 통신사들이 미디어ㆍ콘텐츠 기업 인수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014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 세계 방송통신 M&A는 3000억 달러 규모로 전년동기 대비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AT&Tㆍ디렉TV, 스페인 텔레포니카ㆍ카날플러스, 독일 보다폰ㆍ카벨 도이칠란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사례를 토대로 SK텔레콤을 비롯한 M&A 찬성 진영은 “각국 정부가 이종 간 M&A를 모두 허가한 반면, 국내에선 같은 형태의 M&A에 대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정부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도와도 모자란 판에 되려 발목을 잡는다”고 개탄해왔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송ㆍ콘텐츠 융합 쪽으로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사업자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콘텐츠에 대한 투자 규모도 달라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 중국 자본까지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마당에, 콘텐츠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는 사업자들한테 줘야 하는 건데 그 부분이 좌절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