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사이버명예훼손 ①] 사실을 글로 올렸을 뿐인데, 처벌된다고?

-작년 사이버명예훼손 및 모욕범죄 전년도에 비해 급증(169.4%)

-범죄구성 요건은 ‘비방할 목적’, ‘정보통신망 이용’, ‘공연성’ 등

-사실 적시한다해도 처벌될 수 있어…허위사실 적시땐 가중처벌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백모(55) 씨는 지난해 2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허위 글을 작성해 올렸다. 그는 게시글에서 당시 화제였던 남양주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피해아동 부모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부모가 방송사에 조작된 영상을 제보하고, 이후 어린이집을 협박해 밀린 수업비 89만원을 면제받았다는 것이다.

해당 아동의 부모인 최 씨는 백 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백 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 허위로 글을 올렸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입건되는 ‘사이버명예훼손’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의정부지법 형사7단독(배관진 판사)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백 씨에게 2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배 판사는 “백 씨가 작성한 글 내용은 허위이며, 충분한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단정적인 어조로 피해자가 허위신고를 한 것이라고 지적해 게시했다”며 “백 씨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백 씨 사례처럼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 허위로 글을 올렸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입건되는 ‘사이버명예훼손’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는 총 15043건으로 전년도(8880건)에 비해 69.4% 뛰었다.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이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각각 1835건, 1910건, 1910건, 1706건이다.

물론 사이버 상에서 욕설이나 비방을 했다고 해서 모두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망법 70조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에 대해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드러내 다른이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성립된다.

이 경우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고(3년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형),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가중처벌 대상(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5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이 된다. 허위사실 유포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등을 선고하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비해 처벌 수위가 높은 편이다.

다만 게시물의 공익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례로 대법원은 지난 2014년 자신이 이용한 산후조리원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인터넷 사이트에 수차례 남긴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총 9회에 걸쳐 개인블로그와 유명 인터넷 육아카페 등에 ‘조리원의 소음과 맛없는 음식’에 대한 불만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A 씨의 글에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됐지만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다른 임산부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의견”이라며 “(해당 게시글이)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스쿨 정한중 교수는 “앞으로 개인 간 대화는 SNS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처벌을 강화하는 것 외에 별도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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