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난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

종영 ‘또 오해영’으로 연기인생 새로운 전기

서현진(31·사진)은 배우로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왔다. 2001년 SM 소속의 걸그룹 ‘밀크’로 데뷔했지만, 아이돌이라 배역에서 과도한 이익을 취한 적도 거의 없다. 2006년 KBS ‘황진이’에도 나왔으니 연기경력만 10년이 넘는다. 하지만 서현진은 “1년전만 해도 직업란에 배우라고 적지 못했다. 선택받는 직업이니 언제 끊어질지 모르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성실히 자신을 가꿔왔다. 자신은 다른 걸 할 줄 아는 용기가 없어 그냥 시간을 보내면 초라하니까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극복하지 못하고 버텨왔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은 성실히 연기를 가꿔 자신을 다듬었던 것이다. 이 정도만 얘기해도 그녀가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경험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식샤를 합시다2’부터 연기의 벽이 조금씩 깨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우리는 왜 서현진이 연기하는 오해영에 푹 빠졌을까? 그의 연기가 그만큼 솔직했기 때문이다. 벽키스 이후 키스신이 거침 없었고 15금에서 19금으로 넘어갈듯한 장면들도 충분히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상대역인 에릭이 서현진이 날아와서 몸 전체로 안기는 와이어 포옹신이 망할줄 알았다고 했지만 망하지 않은 것도, 감정에 충실한 서현진이 하면 괜찮게 느껴지게 된 것이라고 본다.

서현진은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봤는데,사람에게 설레는 것은 눈, 코, 입이 아니라 표정이더라. 나도 용기를 가지고 연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는 “‘또 오해영’은 자존감이 한 축이고, 다른 축은 사랑인데, 결국 사랑 얘기다”면서 “나도 매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애썼기 때문에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난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래요’라는 대사를 듣고 울었다”고 전했다.

이어 “오해영이지만 서현진이 연기하므로 밀착다큐를 보는 듯 느끼길 바랐다. 민낯을 보여야 했다”면서 “사람인지라 창피해, 어디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까지 가장 솔직하게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오해영을 좋아해준 이유는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내뱉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내가 서현진에게 질문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모텔로 가자고 하고, 남자는 안된다면서 대리기사 부르는 연기를 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냐고? 혹시 부담은 없었냐고? 감정에 충실했다면 바람직한 남녀관계일 수는 있지만, 보수적인 시선으로 볼 때는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문제다.

“저는 보수적이지 않은가봐요. 에릭 오빠가 대리기사를 부른다고 할 때 속으로 ‘왜?’ 했어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지 않아요. 내 마음을 알아맞혀 봐 하는 것보다?”

오해영이 어떤 말을 해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인물인지 점점 이해가 됐다. 사랑의 감정에 충실한 직진 캐릭터 오해영은 감정불구인 도경의 마음을 열게 했다. 서현진은 연애를 많이 못해본 여자지만, 사랑할 때, 그리고 사랑이 잘 안됐을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높은 듯 했다. 말할 때도 재치가 있었고 감성도 배우를 할만할 정도로 풍부했다. 서현진은 전작들이 외사랑 역할이 많다보니 연기하기가 쉬웠지만(자신만 좋아하면 되니까) 이번에는 도경(에릭)과 제대로 된 쌍방 멜로물을 찍어 큰 성과를 일궈냈다. 서현진이 배우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은 평범해보이지만,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서병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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