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6년만에 ‘헝 의회’ 재현되나… 턴불 총리의 다섯가지 패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호주 연방 총선에서 보수 연립 집권 자유당-국민당 연합이 야당인 노동당과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단독 과반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탄생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맬컴 턴불 총리가 지난해 집권 이후 일련의 패착으로 패배를 자초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우선 너무 늦게 조기 총선을 실시한 것을 원인으로 짚었다. 턴불 총리는 지난해 9월 강경 보수 성향의 토니 애벗 총리를 몰아낸 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80%에 치솟을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고 있는 사이 지지율이 계속 하락했다. 결국 취임 8개월만인 지난 5월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상당수 민심이 그에게서 등을 돌린 뒤였다. 호주 국립대학의 존 월허스트 정치학 명예교수는 “턴불 총리가 빨리 움직였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승리할 수 있었다”며 “허니문 기간 머물러 있음으로 인해 인기는 시들었고, 유권자들에게게는 망설이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연정 내 보수 강경 세력의 저항은 턴불 총리에 대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었다. ‘보수파 내 이단아’로 불렸던 턴불 총리는 동성 결혼 합법화나 기후 변화 대안 등 진보적 어젠다 실현을 약속했는데, 강경파의 목소리에 눌려 상당 부분 후퇴했다. 진보 정책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한 이유다.

정치적 리더십 부족으로 경제 운용에 혼선을 가져온 것도 패착으로 꼽혔다. 턴불은 집권 후 ‘광산 붐’ 붕괴로 인한 경제 난맥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실현된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증세 계획을 냈다가 철회했고, 주 정부에 학교와 병원 재원 조달을 위한 세금 징수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가 보류했다. 노틀담 대학의 마틴 드럼 정치학 교수는 “턴불 총리는 약속했던 어떤 성과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를 과소평가한 것도 패인으로 지적됐다. 노동당은 유세 기간 공정성 강화와 불균등 해소, 학교와 의료 투자 확대 등생활밀착형 공약을 내걸어 유권자의 관심사를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턴불 총리는 성장과 일자리, 강력한 국경보호 정책을 내걸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밖에 이미 한차례 당내 내분으로 총리교체까지 일어난 보수연합에 대한 민심이 싸늘한 상황에서 8주라는 총선 유세 기간이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 자유당-국민당 연합의 지지율 추락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150명의 연방하원 의원과 76명의 상원의원이 선출되며, 그에 따라 호주 연방의 차기 총리도 결정된다. 만약 최종 개표 결과 6년만에 헝 의회가 재현되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워져 호주의 정국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