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슈퍼카 첫 인증중고차사업 한다

국내시장 활성화 판단 연내 시작
FKM “연간 200여대 물량 확보”
경쟁브랜드, 신차판매 영향 촉각

페라리가 슈퍼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차값만 평균 4억원 가까이 되는 페라리가 중고차 사업을 도입할 정도로 국내에 일정 매물이 확보됐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최소 1억원 안팎으로 가격이 내려간 페라리 중고차가 공식 수입사 인증을 통해 매물로 나올 경우 경쟁 슈퍼카 브랜드 신차 판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슈퍼카 업계가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페라리 공식 수입ㆍ판매원인 FMK에 따르면 FMK는 연내 사업 시작을 목표로 최근 내부에 중고차사업부를 출범시키고 페라리 인증중고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FMK가 고객이 내놓은 페라리 중고차를 전량 매입하고 품질 등에 대한 인증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가격으로 재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12개월 보증 연장 프로그램, 190개 항목 무료 점검 등이 포함된다. 또 수리 또는 교체 시 페라리 순정 부품만사용하고 , FMK가 차량의 신원, 주행거리, 소유권 변동 등의 이력도 검증하기로 했다. 

페라리가 슈퍼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김광철(왼쪽) FMK 대표가 최근 페라리 GTC4 루쏘 출시 행사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FMK]

FMK는 또 다른 슈퍼카 브랜드 마세라티도 수입ㆍ판매하지만 페라리로만 우선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FMK 관계자는 “고객이 사전주문 후 정식으로 차를 인도받기까지 1년 이상 걸려 대기시간을 줄이면서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중고차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여기에 기존 고객들이 보유한 페라리의 잔존가치를 보장해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증중고차 사업을 위해 FMK는 이탈리아 페라리 본사에 제안서 제출 및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한 막바지 준비 중이다.

이로써 람보르기니ㆍ벤틀리ㆍ롤스로이스ㆍ애스턴마틴ㆍ맥라렌 등 국내 시장에 진출한 주요 슈퍼카 브랜드 중 페라리가 유일하게 중고차 사업을 준비 중인 브랜드가 됐다. 나머지 경쟁 브랜드 측은 중고차 사업을 도입하지 않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FKM 내부적으로는 중고차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연간 페라리 물량을 200여대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집계된 페라리 이전등록 130여대와 리스 승계 70여대를 더한 분석 데이터다. 이 정도 되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해도 될 수준의 중고차물량이 확보된 것으로 FMK는 보고 있다.

현재 일반 중고차 시장에서는 출시된 지 1년 지난 페라리의 감가율은 20~25% 선에서 형성돼 있다. FMK는 서울에 인증중고차 전시장을 확보하고 일반 중고차 시장보다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페라리가 중고차 사업을 도입하면서 경쟁 브랜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공식 수입사가 인증하는 페라리 중고차가 매물로 나오고 거래가 활성화 될 경우 경쟁 브랜드 수요들이 옮겨가거나 경쟁 모델 신차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슈퍼카 브랜드 관계자는 “슈퍼카는 브랜드별로 충성 수요가 뚜렷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식 수입사가 적극적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을 할 경우 이에 따른 대응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FMK는 2011년 페라리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1년 만인 2012년 사업을 접었다. 그러다 이번에 4년 만에 인증중고차 사업을 재추진하게 됐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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