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까지 양성평등주간] 양성평등의 길, 여성만 나서면 열리나요?

행사 참석자 95% 여성으로 채워져
기념식 꽃 전달 당연하게 여성 몫

#. 지난 4일 서울의 한 자치구에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 유명인 초청강연에 700명의 구민이 참석했다. 강연은 열기를 뿜었다. 하지만 양성평등주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참석자들 중 남성은 30~40명에 그쳤다. 95% 정도의 여성 참석자로 강연장이 채워진 것이다. 재밌게 강연을 들었다는 한 여성 참석자(48)는 양성평등주간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양성평등주간이 뭐냐”고 반문했다.

#.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는 최근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유공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이날 수상자들을 위한 축하 꽃다발은 이 자치단체가 마련했고 여성정책과 여직원이 수상자들에게 꽃을 전달했다. 후배 남성 직원이 있었음에도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꽃을 전달하게 된 것이다. 이 여직원은 행사 때마다 VIP 꽃사지나 수상자 꽃을 담당하고 있다며 후배 남성 직원이 있지만 과장이 자신에게만 시킨다고 했다.

양성평등주간(1~7일)을 맞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사, 기업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에게 양성평등의 참의미나 잘못된 남녀 역할에 대한 인식개선 작업보다는 기념식 행사 일색으로 치뤄지고 있어 보다 깊이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성평등주간은 지난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2014년 5월28일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기존의 여성주간의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일ㆍ가정 양립 실천을 통한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된 주간으로, 이 기간에는 각종 기념행사와 캠페인, 인식개선을 위한 설문조사가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여성가족부가 ‘남녀가 함께하는 일ㆍ가정 양립, 가족행복과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는 주제로 양성평등주간이 열리고 있다.

지난 4일 한 자치구에서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 초청강연회에 700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 중 남성 참석자는 30~40명 정도였고, 95% 정도의 여성 참석자로 강연장이 채워졌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와 기업에서 양성평등주간은 기존 여성주간 행사가 그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참석자 역시 여성 중심으로 이뤄져 양성평등의 참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한 자치구의 양성평등주간 행사장 1층에서 열린 여성장애인을 돕기 위한 바자회에는 주민들이 만든 퀼트소품과 가죽공예품, 아동소품, 천연비누, 캘리그라피, 화훼, 쏘잉제품, 머리핀 등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이 행사의 일부 수익금은 여성장애인 기부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행사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양성평등주간 행사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자치구 행사에 부스를 마련한 한 관계자는 “양성평등주간 행사라지만 그냥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행사 일색”이라며 “혐오문제라든가 데이트폭력 등 남녀가 함께 다시 생각해볼 이슈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했다. 실제로 바자회에서 만난 주민 정모(여ㆍ39) 씨는 “양성평등주간인지는 몰랐다”며 “바자회가 열려 구경하는 중”이라고 했다.

기업 행사도 마찬가지다. 서울 A기업에서 열린 양성평등주간 행사는 여직원 일색으로 기념식이 치뤄져 반쪽자리 행사가 됐다. A기업은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7월 월례회를 양성평등 기념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행사장 앞줄 자리에만 남성 임원들이 참석했을 뿐 대부분 여직원들로 채워졌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한 여직원은 “남성 직원들은 바로 외근을 나가는 등 양성평등행사부터 남녀직원간 차별이 시작되고 있다”며 “사진찍기와 선언식 행사가 아닌 직장 동료로서 남녀직원의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해보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A기업 행사를 준비한 관계자는 “직장에서 여성이 약자라는 생각에 여직원들의 참석을 독려했다”며 “남녀간 잘못된 역할에 대한 개선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을 위해 전직원이 참석하는 행사로 바꿔 나가겠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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