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자살’ 연수원 동기 710명은 왜 집단성명 냈을까

-동기들 “업무스트레스 때문 아냐” 한목소리
-김 검사 母 “올해부터 힘들다고 연락와”
-연수원 동기들 “상사 부장검사 처벌해야”
-사망후 6주간 감찰 미적거린 대검 비난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고(故)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유족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회장 양재규)는 5일 오후 1시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김 검사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 아울러 동기회는 “김 검사의 죽음이 단순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것처럼 보도됐다”며 “41기는 다른 요인에 의한 죽음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고, 그 의혹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고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 동기들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동기회가 지적한 ‘다른 요인’이란 김 검사의 상사였던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김 검사의 죽음이 김모(48ㆍ현 서울고검 검사) 부장검사의 가혹행위 때문에 비롯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동기회에 따르면 김 검사는 올 1월부터 부서 이동으로 김 부장검사 밑에서 일하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검사의 어머니도 “올해부터 아들에게 힘들다는 연락이 왔었다”고 밝혔다.

동기회는 성명서에서 “김 검사가 사망 전 친구ㆍ동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유족이 제출한 탄원서 등을 기초로 김 검사에게 폭언ㆍ폭행 및 업무 외적인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대검찰청에 촉구했다. 성명에는 41기 법조인 920여명 중 712명이 참여했다고 동기회는 설명했다.

양재규 동기회장은 “문제가 된 검사에 대해 적격 심사를 해 탈락시키거나 징계해야 한다”며 “진실을 공유해서 합당한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김홍영 검사의 연수원 동기들은 이날 기자회견 후 대검찰청 민원실에 방문해 성명서를 제출했다. [사진=헤럴드경제 DB]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검사의 연수원 동기들이 검은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끝까지 자리했다.

김 검사와 연수원 시절 같은 반이자 이번 기자회견을 주도한 오진철 변호사는 추모사에서 “우리가 침묵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를 추진했다”며 “대검찰청은 재발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했다.

김 검사와 연수원 시절 같은 조였던 허진용 변호사는 “대한민국 검사에게 행여나 누가 될까봐 안부전화 제대로 못했던 것이 못내 사무친다”며 “단출한 가정도 꾸리지 못하고 떠나보낸 게 너무나 통탄스럽다”고 애도했다. 동기들의 추모사가 이어지면서 현장에 자리한 김 검사의 어머니와 동기들은 눈물을 보였다.

연단에 오른 김 검사의 어머니도 “대검찰청은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김 부장검사를 해임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남부지검장과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의 진정성 있는 사과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은 자체적으로 제도를 정비해 전국 각지에 고생하는 검사들이 아들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고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가 5일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 DB]

한편, 대검찰청의 늑장조사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월 19일 김 검사가 사망한 후 김 검사의 부모는 6월 1일 대검찰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를 받은 대검 감찰본부는 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내려보내 자체 진상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달 초 언론 보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대검 감찰본부는 2일부터 직접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 검사의 어머니는 이날 “대검은 이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는 커녕 아들의 근무지였던 남부지검에 진상조사를 맡기는 등 허울뿐인 조사만 했다”며 “언론을 통해 아들의 죽음이 이슈화된 지금에서야 진상조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동기회는 기자회견 후 대검찰청으로 이동해 민원실에 성명서를 제출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