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T-CJH 합병 불허 결정] 공정위 SKT-CJH 합병 불허 근거 보니…곳곳에서 ‘잡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ㆍ합병(M&A) 불허 결정이 세계 방송ㆍ통신산업의 조류나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불허한 데는 각 유료방송 권역에서의 시장 지배력 강화 우려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 4항은 경쟁 제한성 여부를 ▷시장점유율 합계 50% 이상 ▷시장점유율 합계 1, 2위 사업자의 점유율 격차가 1위 사업자 점유율의 25% 이상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OSDI)에 의뢰해 발행한 ‘2015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78개 권역 중 23개 권역에서 유료방송을 서비스하는 CJ헬로비전은 19개 구역에서 점유율 1위, 13개 권역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료방송 시장 흐름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기준을 지역별 권역이 아닌 전국 단위로 하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점유율을 따져보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병해도 유료 방송 가입자(718만 명)가 KT(817만 명)보다 적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정부가 특정 방송사업자의 점유율이 33%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는 것도 권역이 아닌 전국 단일 시장 기준이다. 정부가 지난해 개정한 방송법과 IPTV법에 따르면,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특수관계 유료방송 사업자 포함)의 가입자 수가 전국 가입자의 3분의1을 초과할 수 없다.

따라서 공정위의 M&A 불허 결정은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모양새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헬로비전 관계자는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제한은 납득하기 어렵다. 방송통신시장의 흐름은 물론,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방송산업의 규제 완화 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사 위기의 케이블 업계에 구조개편이 절실한 상황에서 권역별 점유율을 따져 합병을 불허한 것은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PTV사업자보다 중소 케이블업계를 더 규제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소명 과정에서 공정위가 불허 근거로 삼은 권역별 기준 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국 단위 점유율을 기준으로 유료방송 정책을 내놨던 미래부ㆍ방통위가 공정위의 목소리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 나아가 공정위의 합병 불허 결정은 케이블TV 업계의 구조개편 흐름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입자ㆍ매출 감소→투자 위축→서비스 질 저하로 인한 가입자ㆍ매출 감소의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통신자본의 유입이 절실하다. 하지만, M&A 불허 선례가 남으면 이 같은 구조개편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공정위 결정은 산업 내 선제적ㆍ자율적 구조조정, 플랫폼간 경쟁을 통한 산업발전을 장려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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