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 英 세대갈등 심화…“노인 투표권 뺏자” 주장도 제기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브렉시트 투표 후 세대갈등이 심화되면서 노인들의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노인층이 자신들의 미래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젊은층의 분노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임명한 노인 인권 전문가인 로사 코른펠드-마테는 5일(현지시간) 유엔 홈페이지를 통해 “유럽의 많은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노인을 브렉시트의 희생양으로 삼고 이들의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른펠드-마테는 “한 잡지는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노인들의 운전면허를 박탈하듯 투표권을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단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브렉시트 투표에 따른 세대 갈등이 한층 더 극심해진 모양새다. 이번 투표는 세대별로 선호도가 뚜렷했다. 젊은층은 ‘브리메인’, 노년층은 ‘브렉시트’를 원했다. 이에 예기치 못한 투표 결과를 받아든 젊은층은 즉각 윗 세대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딘버그 대학교 학생인 21세의 클라우디아 고든은 “윗 세대는 EU 회원국으로서 받을 수 있는 수혜를 누려 놓고 우리에게서는 그것을 앗아 갔다”고 말했다. 17세의 조지 풀러는 “이것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험에 처하게 할 만큼 가치있는 일인가?”며 “정말 이상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한창 사회에 진출하고 일해야 하는 시기에 다른 EU국에서 노동, 거주, 학업을 계속해 나가는 데 장애물이 생긴 데다 ‘유럽인’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탓에 투표 결과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OHCHR는 이유를 막론하고 투표 제한론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른펠드-마테는 “나이를 근거로 특정 권리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국제 인권법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정치적 권한에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공적 영역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모든 개인의 동등한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근본”이라며 “전 세계의 사회가 고령화하면서 세대 간 결속과 노인의 가치 있는 기여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인 세대에게 책임을 돌리는 젊은층에 대해 ‘투표에 많이 참여 안 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이번 브렉시트 투표에서 18~24세의 투표율은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5~34세 투표율은 58%, 35~44세 투표율은 72%였다.

높은 연령대일수록 투표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45~54세는 75%, 55~64세는 81%, 65세 이상은 8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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