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살검사’ 만드는 전근대적 검찰문화 더는 안된다

지난 5월 자살한 서울 남부지검 형사부 소속 김홍영 검사와 관련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검사의 49재를 앞둔 5일 연수원 동기 20여명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검사를 자살로 몰고 간 배경을 밝혀내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회견장에 나온 김 검사의 모친 이기남씨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관계자 해임과 검찰총장 법무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검사의 동기생들은 기자회견 뒤 대검찰청 민원실에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제출했다. 성명서에 서명한 동기생은 712명이다.

김 검사의 가족과 동기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6주가 지나도록 수사가 지지부진한데다, 검찰측이 업무강도를 견디지 못해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형사부 인력을 증원하고, 휴가 실질화, 멘토링제 실시 등 개선방안을 밝혔다. 경직된 검찰내 문화를 다소 개선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번 김 검사 자살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사건이 검찰엔 목에 걸린 가시처럼 껄끄러울 것이다. 김 검사 유족이나 여론의 분위기 탓에 조사방침은 밝혔지만, 오히려 김 검사가 죽음을 택한 것이 못마땅한 검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검찰 외부에는 충격적으로 비쳐진다. 피의자들을 상대로 추상같은 수사를 벌이는 검사들이, 내부에서는 김 검사측 주장대로 비인격적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군이나 경찰, 검찰처럼 계급과 기수가 뚜렷하고 상명하복이 절대적인 조직이라는 것은 감안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개선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젊은 검사가 자살한 적이 있었고, 상사로부터 모멸감을 받았던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은 한달에 1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하기도 하고, 선후배간의 팀워크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다소 거칠어지고 이른바 군기잡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후배 검사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다면 ‘검찰만의 문화’가 아니라 ‘위험한 관행’이 된다. 검사는 국가공무원이자 자존심을 먹고 사는 존재다. 권력에 기생하는 일부 고위검찰도 있지만, 자존심과 열정으로 범죄와 싸우는 검사들이 훨씬 더 많다. 이들이 내부에서 비인격적인 취급과 수모를 당하고 있다면 검찰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검찰은 이번 기회에 환부를 도려내는 개혁 의지를 보여야할 것이다. 아프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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